제가 두 번째로 출간한 책 '좋은보험 나쁜보험 이상한보험회사'의 67면 - 75면 내용입니다.
2007년 10월 40대쯤 되어 보이는 여자 한 분이 필자의 사무실을 찾아왔다. 김 모씨라는 분이다. 이유인즉슨, 남편이 1999년 J화재해상보험주식회사에 장기종합아빠파이팅보험 1건을 가입했는데, 가입당시 남편의 직업은 ‘고향채소’라는 야채가게를 운영하면서 개인용달을 가끔 운전하였단다. 그러던 남편이 2005년 채소가게를 접고 4.5톤 트럭을 사서 손수 운전하며 화물운송업을 해오던 중 2007년 8월 교통사고가 발생하였다. 남편은 사고 현장에서 사망하였다.
가입한 보험증권과 보험약관을 검토해보았더니 사망시 수익자는 배우자인 그녀로 되어 있었고, 피보험자가 교통사고로 사망할 경우 교통재해사망보험금 1억500만 원을 지급한다고 기재되어 있었다. 그녀가 J화재에 사망진단서를 제출하고 사망보험금을 청구하자 J화재 직원은 피보험자의 계약체결 당시 직업이 상해급수 2급인 채소가게 주인이었는데 이후 상해급수 3급인 화물트럭 운전수로 직업이 변경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사실을 보험회사에게 통지해주지 않았기 때문에 통지의무 위반이므로 사망보험금 1억500만 원을 지급할 수 없고, 3,800만 원만 지급하겠다고 하더란다. 그녀는 너무나 황당하여 J화재 직원의 말이 타당한 것인지 궁금하다며 필자를 찾아 온 것이다.
필자는 보험가입증서 및 약관을 검토하고 나서 J화재 직원에게 전화하여 그녀의 남편이 가입한 보험상품의 보험료 및 책임준비금 산출방법서를 팩스로 좀 보내달라고 부탁하였다. 팩스로 온 문서를 확인해보니 직업변경 전의 보험요율보다 직업변경 후의 보험요율이 높아 그 차이만큼 보험금을 삭감하여 지급하는 것은 맞는데, J화재가 지급하겠다는 금액과 필자가 계산한 금액은 너무 차이가 났다. J화재가 지급하겠다는 보험금은 3,800만 원인데, 필자가 산정한 보험금은 7,500만 원이었다. 무려 3,700만 원이나 차이가 났다, 다시 계산해보았다. 역시 7,500만 원이었다. 필자는 J화재가 고의로 그랬든 착오로 그랬든 보험금을 잘못 계산한 것이 명백하다고 판단하였다.
필자는 소장을 작성하여 법원에 제출하기 전에 J화재에게 팩스로 보내주고 보험금액이 잘못 계산된 것 같으니 확인해보고 연락을 주라고 말하였다. J화재 담당과장은 자기들은 밥만 먹으면 늘 하는 것이 보험금 계산인데 틀릴 일이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필자는 J화재 과장에게 보험전문가라고 하는 사람이 보험금 계산법도 모르냐고 따져 물었다. 망인의 직업 변경에 대한 보험금 삭감은 교통재해사망특약에서 지급되는 보험금만 적용해야지 기본계약에서 지급되는 일반사망보험금까지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J화재 과장은 다시 검토해보고 연락을 주겠다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러더니 다음날 아침 필자에게 전화가 왔다. 우리 직원이 착오로 보험금 계산을 잘못했다면서 사과하였다. 소장 청구취지에 기재된 7,500만 원 전액을 지급해주겠다고 말하였다. 이틀 뒤 그녀의 예금통장으로 7,500만 원이 입금되었다. J화재가 왜 보험금 계산을 잘못 했는지 그 이유는 필자가 알 수 없다. 다만, J화재 과장 말대로 그네들은 눈만 뜨면 하루 종일 보험금지급 여부 및 지급액 산정업무를 본다는 보험금지급 부서에서 실수를 하였다고 보기는 어렵고, 의도적으로 보험금을 적게 지급하려고 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그녀가 필자와 상담하지 않고, J화재가 지급하겠다는 3,800만 원만 지급받고 합의서에 서명한 후 보험금청구권 소멸시효 2년이 경과해버렸거나 합의이후에 더 이상 민사상 청구를 하지 않겠다는 포기각서에 서명해버렸더라면 덜 받은 보험금 3,700만원은 어떻게 되었을까? 보나마나 보험회사 주주의 입 속으로 들어갔을 것이다.
필자도 지루한 법정 싸움 없이 신속하게 청구금액을 전액 지급받아서 기분이 좋았다. 이런 일은 비단 J화재의 일만이 아니다. 모든 보험회사는 어떻게 해서든 보험금을 한 푼이라도 적게 지급하려는 습성이 있기 때문에 일선 보험실무에서 비일비재하게 발생한다. 보험회사 직원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어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고액의 보험금은 반드시 보험전문가와 상담을 한 후 이상이 없다고 확인되면 수령하기 바란다. 특히 보험금을 지급하면서 보험회사가 제시하는 합의서에 서명할 경우에는 더 신중해야 한다. 보험금 계산이 잘못되어 더 청구할 수 있는 보험금이 남아 있을지라도 일단 합의서에 자필서명을 하고 나면 더 이상 청구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합의서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반드시 기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사건 합의 이후에는 어떠한 이유로도 민사상, 형사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습니다.”
따라서 보험회사가 제시하는 합의서에 서명할 때에는 무조건 서명해주지 말고, 합의서에 기재된 내용을 꼼꼼히 읽어보고 나서 할 일이다.
이런 일도 있었다. 피보험자가 보험계약을 체결하고 나서 오토바이를 소유하고 직접 타게 되었으면서도 그러한 사실을 보험회사에 통지해주지 않았기 때문에 보험회사가 오토바이 사고로 인한 사망보험금을 1원도 지급할 수 없다면서 채무 부존재 확인소송을 제기한 사건이다. 보험회사는 H화재해상보험주식회사였다. 계약자이자 피보험자인 정 모씨가 가입한 보험은 모두 3건이었다. 가입한 보험의 상품명은 장기종합우리아이사랑보험, 무배당드라이브안심보험. 무배당행복을다주는가족사랑보험이다. 보험가입 당시에는 오토바이를 타지 않았으나 보험을 가입한 후 오토바이를 타기 시작한 정 모씨는 어느 날 오토바이를 타다가 좌회전하려는데 뒤에서 오던 트랙터에 충돌을 당하여 사고현장에서 사망하였다. 정 모씨의 직업은 보험계약을 체결할 때나 사망할 때 모두 변호사사무실의 사무장이었다. 따라서 직업변경 사실은 없었다. 다만 계약을 체결할 때에는 오토바이를 타지 않는다고 고지하였는데, 계약체결 후 오토바이를 타면서도 그러한 사실을 보험회사에게 통지해주지 않았기 때문에 통지의무를 위반한 것이어서 사망보험금을 한 푼도 지급할 수 없다면서 정 모씨의 상속인인 부인과 어린 두 자녀를 상대로 채무 부존재 확인소송을 제기하였다. 이에 당황한 부인의 친정오빠라는 사람이 송달받은 소장 부본을 들고 필자의 사무실을 방문하였다.
소장 부본 및 보험증권, 보험약관을 검토하던 필자는 H화재의 횡포 사실을 하나 발견했다. 3건의 보험계약 중 장기종합우리아이사랑보험은 1998년 4월에 체결된 보험으로서 그 당시 손해보험 약관에는 주소변경에 관한 통지의무만 있었고, 이륜차 소유 및 탑승에 관한 통지의무는 존재하지 않았다. 이륜차 사용에 관한 통지의무는 2004년 보험약관 개정 때 신설된 조항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1998년에 체결한 장기종합우리아이사랑보험은 보험약관에 이륜차 사용에 대한 통지의무를 규정하고 있지 않고 있으므로 통지의무 위반에 속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H화재는 장기종합우리아이사랑보험까지도 보험금 지급채무가 없다고 소송에 포함시킨 것이다. 필자는 납득이 되지 않았다.
필자는 소장에 기재되어 있는 H화재 담당 직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다른 두 건의 보험은 몰라도 장기종합우리아이사랑보험은 사망보험금을 전액 지급할 채무가 있는데 왜 소송에 포함시켰느냐고 물었다. 황당하게도 담당직원은 장기종합우리아이사랑보험은 사망보험금 1,000만 원을 지급할 책임이 있다고 말하였다. 보험금 지급책임이 있는데도 채무부존재 확인소송을 걸었다? 참 어처구니없는 일이었다. 필자는 담당직원에게 따졌다.
“그렇다면, 이거 소송사기 아닙니까?”
“소송사기라뇨?”
“아니, 보험회사 스스로 보험금 지급채무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피보험자의 상속인들을 상대로 채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확인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으니 이게 소송사기가 아니면 뭡니까?”
“에이, 그게 아니고요….”
“아니긴 뭐가 아닙니까?”
“3건의 보험계약 중 장기종합우리아이사랑보험은 사망보험금을 지급하고 나머지 2건에 대해서만 채무 부존재 확인소송을 제기했어야 맞는 거 아니에요?
“….”
H화재 직원은 말이 없었다.
H화재는 다음날 장기종합우리아이사랑보험의 사망보험금 1,000만 원을 소송대리인인 우리 법무법인 예금통장으로 입금해주었다.
콕콕 집어서 따지고 싸우면 보험금을 주고, 모르고 가만히 있으면 안 주고 슬그머니 넘어가는 보험회사들, 이러니 도둑놈 소리를 안 들을 수가 없다.
오토바이 사고와 관련하여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할 것이 있다. 오토바이를 타다가 사고가 났다고 하여 무조건 보험금을 못 받는 것이 아니는 사실이다. 오토바이 동호회 등에 가입하여 취미로 타거나 반복적으로 타다가 사고가 난 경우에는 보험금을 받을 수 없지만 어쩌다 한번 일회성으로 타다가 사고가 난 경우에는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심지어 오토바이 사고는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무조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이륜차운전중상해부담보 특별약관을 부가했다 할지라도 오토바이를 직업 또는 직무 목적으로 타거나 오토바이 동호회에 가입하여 반복적으로 사용한 경우에만 보험회사가 보험금 지급책임이 없고 일회성 오토바이 사용 중에 발생한 사고에 대하여는 보험금을 지급할 책임이 있다. 금융감독원은 2007년 모든 보험회사에게 이런 내용의 공문을 하달하였다. 보험계약을 체결할 때에는 피보험자의 직업이 상해급수 1급인 사무직 회사원이었다가 계약체결 후 오토바이를 타는 상해급수 3급인 우편배달부나 오토바이 택배기사로 직업이 변경된 경우에는 직업변경 전과 후의 상해급수를 비교하여 보험금을 삭감하여 지급하고 있으면서 단순한 일회성 오토바이 사용자에게는 보험금을 한 푼도 지급하지 않는다는 것은 형평에도 맞지 않기 때문이다.
앞의 두 사례에서 보았듯이 직업의 변경 및 오토바이 소유, 사용 사실에 대하여 통지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가 보험사고가 발생하고, 보험회사가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감액하여 지급하려 할 때에는 무조건 보험회사 결정에 따르지 말고 반드시 보험전문가와 상담해보아야 한다.
여기서 필자가 팁을 하나 제공하겠다. 이런 정보를 제공해준 사람이나 책은 일찍이 없었다. 대한민국 보험역사 60년을 통틀어 아마도 필자가 처음일 것이다. 팁의 내용은 이렇다. 상해보험을 가입할 때에는 피보험자의 직업이 상해급수 3급인 영업용택시 기사였는데, 계약을 체결하고 나서 상해급수 1급인 사무직 회사원으로 직업이 변경되었다고 가정하자. 보험계약을 체결할 때에 비하여 위험이 현저하게 감소한 것이다. 그러나 직업변경 사실을 보험회사에게 통지하지 않고 지내다가 어느 날 출근하다가 교통사고를 당하여 사망하였다. 보험가입증서에는 재해사망보험금이 1억 원이라고 기재되어 있다. 이때 보험회사는 사망보험금으로 얼마를 지급할까? 물어보고 말 것도 없다. 1억 원만 지급한다. 피보험자의 상속인도 사망보험금 1억 원을 지급받고 나면 받을 것은 다 받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 이상 민사상, 형사상 이의 제기하지 않겠다는 내용이 기재된 합의서에 자신 있게 서명해준다.
그러나 잠깐! 보험회사가 주는 1억 원은 받되 합의서에는 절대로 서명하지 마라. 왜냐하면 더 받아야 할 사망보험금이 아직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 이상 민사상, 형사상 청구를 하지 않겠다는 내용이 기재된 합의서에 서명하고 나면 청구할 수 없다. 더 받아야 할 사망보험금이란 이런 것이다. 변경된 직업은 사무직 회사원으로서 상해급수 1급이다. 변경 전 직업은 영업용택시 기사로서 상해급수 3급이었다. 그렇다면 피보험자는 계약을 체결할 때보다 위험이 많이 감소하였기 때문에 그만큼 위험보험료도 적게 내야 하는데, 망인은 그러한 사실을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사고가 나서 죽기 전까지 비싼 위험보험료를 내 온 것이어서 그만큼 사망보험금도 더 받아야 하는데 1억 원만 받았기 때문에 더 받아야 할 사망보험금이 남아 있는 것이다. 상해급수가 낮은 직업에서 상해급수가 높은 직업으로 변경되었을 때 사망보험금을 감액하여 지급하는 것의 반대원리라고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구체적인 보험금 지급액은 변경 전, 후의 보험요율을 비교하여 계산해보아야겠지만, 명백한 것은 사망보험금 1억 원만 받아서는 안 되고 1억 2천만 원이든 1억 5천만 원이든 증액된 보험금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때문에 1억 원만 지급받고 더 이상 민사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합의서에 서명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상해보험의 피보험자가 상해로 사망하여 상해사망보험금을 청구할 때에는 반드시 보험가입증서 기재내용을 꼼꼼히 확인하여 계약체결 당시 직업은 상해급수 몇 급이었고, 사망당시 직업의 상해급수는 몇 급인지, 꼭 확인해보기 바란다. 어떤가. 유용한 팁이 되었는가?
직업변경에 따른 사망보험금이나 후유장해보험금의 삭감지급 및 증액지급은 손해보험회사에서 판매하는 상해보험에 국한되는 것이고, 생명보험의 경우에는 상관이 없다. 그리고 아무리 위험직업으로 변경된 후에 사망했을지라도 변경된 직업 및 직무와 상관없는 원인으로 사망하거나 후유장해가 남은 때에는 사망보험금이나 후유장해보험금을 삭감하여 지급할 수 없다. 예를 들면 상해급수 1급의 사무직 회사원에서 상해급수 3급의 탄광 광부로 직업이 변경되었으나 탄광에서 일하다가 사망한 것이 아니고, 등산 갔다가 추락하여 사망하였다면 변경된 직업 및 직무와 상관없는 사망이므로 사망보험금을 전액 지급하여야 한다는 말이다. 보험회사들은 보험금 삭감지급은 잘 해도 증액지급은 좀처럼 하지 않는 못된 습성이 있으므로, 내가 먼저 알고 적극적으로 청구하여야 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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