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0월, 40대 중반쯤 되어 보이는 여자 김 모씨가 필자의 사무실을 찾아왔다. 이유인즉슨, 남편이 1999년에 J화재해상보험주식회사에 ‘장기종합 아빠 파이팅 보험’ 1건을 가입했는데, 가입 당시의 직업은 ‘고향채소’라는 야채가게를 운영하면서 개인용달 트럭을 운전하고 있었단다. 그런데 2005년 남편이 채소가게를 그만 두고 4.5톤 트럭을 사서 손수 운전하며 화물운송업을 해오던 중 2007년 8월 교통사고가 발생하였다. 남편은 사고 현장에서 사망하였다.
가입한 보험증권과 보험약관을 검토해보았더니 사망시 수익자는 배우자인 그녀로 되어 있었고, 피보험자가 교통사고로 사망할 경우 지급되는 교통재해 사망보험금은 1억500만 원이었다. 그녀가 J화재에 사망진단서를 제출하고 사망보험금을 청구하자 J화재 직원은 피보험자의 직업이 상해급수 2급인 채소가게 운영에서 상해급수 3급인 화물트럭 운전수로 변경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사실을 보험회사에게 통지해주지 않았기 때문에 통지의무 위반이므로 사망보험금 1억500만 원 전액을 지급할 수 없고, 3,800만 원만 지급하겠다고 말했단다. 그녀는 너무 황당하여 J화재 직원의 말이 맞는지 궁금하다며 필자를 찾아 온 것이다.
필자는 보험계약의 내용 및 약관을 검토한 후 J화재 직원에게 전화하여 가입한 보험상품의 보험료 및 책임준비금 산출방법서를 팩스로 보내달라고 말하였다. 보내 온 문서를 검토해본 결과 직업변경 전의 보험요율보다 직업변경 후의 보험요율이 높아 그 차이만큼 삭감 지급하는 것은 타당한데, J화재가 지급하겠다는 금액과 필자가 계산한 금액은 차이가 너무 컸다. 필자가 산정한 보험금은 7,500만 원이었다. J화재 직원이 말한 금액과 3,700만 원이나 차이가 나서 다시 계산해보았다. 하지만 7,500만 원은 변함이 없었다. 필자는 J화재가 고의든 착오든 보험금을 잘못 계산한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필자는 소장을 법원에 제출하기 전 소장을 팩스로 J화재에게 보내주고 보험금 지급액이 잘못 계산된 것 같으니 확인 좀 해달라고 말하였다. J화재의 담당 과장은 자기들은 밥만 먹으면 늘 하는 것이 보험금 계산인데 틀릴 일이 없다고 단호하게 말하였다. 필자는 망인의 직업 변경에 대한 보험금 감액은 교통재해사망 특약에만 적용해야지 일반사망보험금이 지급되는 기본계약에는 적용해서는 안 되는 거 아니냐고 따졌다. J화재 과장은 다시 검토해보겠다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러더니 다음날 아침 필자에게 전화가 왔다. 우리 직원이 착오로 보험금 계산을 잘못했다면서 사과를 하였다. 소장 청구취지에 기재된 7,500만 원 전액을 지급해주겠단다. 이틀 뒤 그녀의 예금통장으로 7,500만 원이 입금되었다. J화재가 왜 보험금 계산을 잘못 했는지 필자는 그 원인을 알 수 없다. 다만, J화재 과장 말대로 밥만 먹으면 온종일 보험금액을 산출하고 지급하는 일을 한다는 보험금지급 부서에서 실수했다고 보기는 어렵고, 의도적으로 보험금을 적게 지급하려고 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만 들 뿐이다. 만약 그녀가 필자와 상담하지 않고, J화재가 지급하겠다는 3,800만 원만 지급받고 합의서에 서명하였거나 잊고 지내다가 보험금청구권 소멸시효 2년이 경과하였더라면 덜 받은 보험금 3,700만원은 어떻게 되었을까?
필자도 법정 싸움 없이 청구금액 전액을 신속하게 지급받아 너무 기분이 좋았다. 모든 보험회사들은 어떻게 해서든 보험금을 한 푼이라도 적게 지급하려는 습성이 있기 때문에 이러한 일은 일선 보험실무에서 비일비재하게 발생한다. 보험회사 직원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어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보험금은 반드시 보험전문가와 상담한 후 이상이 없음을 확인한 후에 지급받고 합의서에 서명할 일이다. 설사 보험금 지급이 잘못되어 더 청구할 수 있는 보험금이 있을지라도 삭감지급에 동의한다는 합의서에 일단 자필서명을 하고 나면 더 이상 청구할 수 없다. 왜냐하면 보험회사가 자필서명을 받은 합의서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반드시 기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사건 합의 이후에는 어떠한 이유로도 민사상, 형사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습니다.”
따라서 보험회사가 제시하는 합의서에 자필로 서명할 때에는 무조건 서명할 일이 아니고 합의서에 기재된 내용을 잘 읽어보고 나서 신중하게 할 일이다.
한번은 피보험자가 보험계약을 체결한 후 오토바이를 사용하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사실을 보험회사에 통지해주지 않았다고 사망보험금을 1원도 지급할 수 없다면서 법원에 채무 부존재 확인 청구의 소를 제기해온 한 사건이 있었다. 보험회사는 H화재보험주식회사였다. 계약자이자 피보험자인 정 모씨가 가입한 보험은 모두 3건이었다. 가입한 보험의 상품명은 장기종합우리아이사랑보험, 무배당드라이브안심보험. 무배당행복을다주는가족사랑보험이다. 보험가입 당시에는 오토바이를 타지 않았으나 보험을 가입한 후 오토바이를 타기 시작한 정 모씨는 어느 날 오토바이를 타다가 트랙터와 충돌하는 사고를 당하여 사고현장에서 사망하였다. 정 모씨의 직업은 보험계약을 체결할 때나 사망할 때 모두 변호사사무실의 사무장이었다. 따라서 직업변경 사실은 없었다. 다만 계약 체결 후 오토바이 소유 및 탑승사실을 보험회사에 통지하지 않았기 때문에 통지의무 위반에 해당되어 사망보험금을 한 푼도 지급할 수 없다면서 H화재는 정 모씨의 상속인에게 3건의 보험계약에 대하여 채무 부존재 확인 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다. 상속인은 부인 박 모씨와 어린 자녀 두 명이었다. 이에 당황한 부인의 친정오빠라는 사람이 송달받은 소장 부본을 들고 필자의 사무실을 방문하여 상담하였다.
소장 부본 및 보험증권, 보험약관을 검토하던 필자는 H화재의 횡포 사실을 하나 발견했다. 3건의 보험계약 중 장기종합우리아이사랑보험은 1998년 4월에 체결된 보험으로서 그 당시 손해보험약관에는 주소 변경에 관한 통지의무만 있고, 이륜차 소유 및 탑승에 관한 통지의무는 존재하지 않았다. 이륜차 사용에 대한 통지의무는 2004년 보험약관 개정 때 신설된 조항이다. 그렇다면 1998년에 체결한 장기종합우리아이사랑보험은 보험약관에 이륜차 사용에 대한 통지의무를 규정하고 있지 않고 있으므로 통지의무 위반에 속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H화재는 장기종합우리아이사랑보험까지도 보험금 지급채무가 없다고 소송에 포함을 시킨 것이다. 필자는 납득이 되지 않았다.
필자는 송달받은 소장에 기재되어 있는 H화재의 담당 직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장기종합우리아이사랑보험은 사망보험금을 전액 지급할 채무가 있는데 왜 소송의 목적물에 포함시켰느냐고 물었다. 뜻밖에도 담당 직원은 장기종합우리아이사랑보험은 사망보험금 1,000만 원을 지급할 책임이 있다고 말하였다. 지급할 책임이 있는데도 채무부존재 확인소송을 걸었다? 참 어처구니없었다. 필자는 담당 직원에게 따졌다.
“그렇다면, 이거 소송사기 아닙니까?”
“소송사기라뇨?”
“아니, 보험자 스스로도 보험금 지급채무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계약자를 상대로 채무부존재확인 청구의 소를 제기하였으니 이게 소송사기가 아니면 뭡니까?”
“에이, 그게 아니고요. 소송을 제기하기 전 저희가 사고조사를 할 때 상속인에게 우리아이사랑보험의 사망보험금 1,000만 원은 지급할 용의가 있다고 말씀 드렸습니다. 상속인들에게 물어 보십시오.”
“당신 말이 참말이라면 3건의 보험계약 중 우리아이사랑보험은 보험금을 지급하고 나머지 2건의 보험계약에 대해서만 채무부존재 확인소송을 제기했어야 맞는 거 아닙니까?
“......”
H화재 직원은 말이 없었다.
H화재는 다음날 우리아이사랑보험의 사망보험금 1,000만 원을 소송대리인인 우리 법무법인 예금통장으로 입금해주었다.
콕콕 집어 따지고 싸우면 보험금을 주고, 가만히 있으면 안 주고 슬그머니 넘어가는 보험회사들, 정말 이상한 보험회사 아닌가.
오토바이 탑승 중 사고에 대하여는 일체 보장을 해주지 않겠다는 이륜차 운전 중 상해 부담보 특별약관을 보험계약에 부가했다 할지라도 오토바이를 직업 또는 직무와 관련하여 탑승하거나 오토바이 동호회 활동 목적으로 반복 사용하는 경우에만 보장에서 제외하고, 일회성 오토바이 사용 중 발생한 사고에 대하여는 보험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금융감독원은 2007년 모든 보험회사에게 이런 내용의 공문을 하달하였다. 보험계약을 체결할 때에는 직업이 상해급수 1급인 사무직이었다가 계약을 체결한 후에 상해급수 3급인 우편배달부나 오토바이 택배기사는 직업변경 전 상해급수와 비교하여 비례보상하면서 단순한 일회성 오토바이 사용자에게는 보험금을 한 푼도 지급하지 않는다는 것은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앞의 두 사례에서 살펴보았듯이 직업의 변경 및 오토바이 소유, 사용 사실에 대하여 통지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가 보험사고가 발생하고, 보험회사가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감액하여 지급하려 할 때에는 무조건 보험회사 결정에 따르지 말고 반드시 보험전문가와 상담해보아야 한다.
필자가 여기서 유익한 정보 한 가지를 제공해주겠다. 일찍이 이러한 정보를 알려 준 사람이나 책은 대한민국 60년 보험역사상 단 한 사람, 단 한 권도 없었다. 잘 기억해 두기 바란다. 보험계약을 체결할 때에는 피보험자의 직업이 상해급수 3급인 영업용 택시 기사였는데, 계약을 체결하고 나서 상해급수 1급인 사무직 회사원으로 직업이 변경되었다. 위험의 크기가 적어진 것이다. 그러나 직업변경 사실을 보험회사에게 통지하지 않고 지내다가 어느 날 보험사고가 발생하였다. 출근하던 중 교통사고를 당하여 사망한 것이다. 보험가입증서에는 재해사망보험금이 1억 원이라고 기재되어 있다. 이때 보험회사는 사망보험금으로 얼마를 지급할까? 생각하고 말 것도 없다. 1억 원만 지급한다. 피보험자의 상속인도 사망보험금 1억 원을 지급받으면 받을 것은 다 받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합의 이후 더 이상 민사상, 형사상 이의 제기하지 않겠다는 합의서에 자신 있게 서명하고 날인한다.
여기서 잠깐! 보험회사가 주는 1억 원은 받되 합의서에는 절대로 서명날인 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더 받아야 할 사망보험금이 있기 때문이다. 더 받을 보험금이 있어도 더 이상 민사상 청구를 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합의서에 서명날인하고 나면 더 이상 청구할 수 없다. 더 받아야 할 사망보험금이란 변경된 직업의 상해급수가 보험계약을 체결할 때 직업의 상해급수보다 낮아졌기 때문에 위험이 낮아진 만큼 내가 낼 위험보험료도 낮아져야 하는데 망인은 사고가 날 때까지 직업변경 전의 비싼 위험보험료를 내 온 것이어서 그 비율만큼 사망보험금도 증액하여 받아야 한다. 상해급수가 낮은 직업에서 높은 직업으로 변경될 때 보험금을 감액 지급하는 것의 반대 원리라고 생각하면 된다. 구체적인 보험금 지급액은 변경 전, 후의 보험요율을 비교하여 계산해보아야 알 수 있겠지만, 분명한 것은 사망보험금 1억 원만 받아서는 안 되고 1억 2천만 원이든 1억 5천만 원이든 증액된 보험금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1억 원만 지급받고 더 이상 민사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합의서에 서명하면 절대로 안 된다. 피보험자가 사망하여 사망보험금을 청구할 때에는 반드시 보험가입증서 기재내용을 꼼꼼히 확인하여 계약체결 당시 직업은 상해급수 몇 급이었는지 확인하고, 사고 당시 직업은 상해급수 몇 급인지 반드시 확인해보아야 한다. 어떤가? 유용한 정보라고 생각하는가?
직업변경에 따른 보험금 삭감지급은 손해보험의 경우에만 해당하고, 생명보험의 경우에는 삭감지급 할 수 없다. 그리고 중요한 사실은 아무리 직업변경 후에 사망했더라도 변경된 직업 및 직무와 상관이 없는 원인으로 사망한 때에는 보험금을 삭감하여 지급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면 사무직에서 탄광 광부로 직업변경은 되었으나 탄광에서 일을 하다가 사망한 것이 아니고, 여행 중 교통사고로 사망하였다면 변경된 직업, 직무와 아무런 인과관계가 없으므로 보험금을 전액 지급하여야 한다는 말이다. 손해보험회사들은 보험금 삭감지급은 잘 해도 증액지급은 절대로 하지 않는 이상한 습성이 있으므로, 내가 먼저 알고 적극적으로 청구하여야 지급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기 바란다.
보험소송 전문 법무법인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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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사정사 변운연, 변호사 김국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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