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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좋은보험 나쁜보험 이상한보험"/보험금불지급

승환계약, 보험갈아타기 했다가 낭패 본 사건

by 변운연 2017. 4. 27.

양 모씨는 경기도 화성에 사는 40대 남자이다. 그는 예전에 D생명에 암보험 한 건을 가입하여 6년째 잘 유지하고 있었다. 어느 날 D생명 보험설계사로 근무하고 있는 친구가 찾아 왔다. 자기네 회사에서 이번에 너무나 좋은 보험이 나왔다며 유익한 정보를 전해주려고 왔다는 거였다. 새로 나온 보험의 이름은 생전 들어보지도 못했던 CI보험이었다. CI란 Critical Illness(중대한 질병)의 약자(略字)로서 CI보험은 중대한 질병보험을 말한다. 참고로 필자가 제일 싫어하는 보험이 CI보험이다. 왜냐하면 CI보험은 다른 보험에 비하여 계약 전 알릴 의무사항 및 보험금 지급기준이 무척 까다롭기 때문에 보험금을 수령하는 것이 하늘의 별 따기만큼 힘들다. 설계사들은 좋은 보험이라고 침 튀기며 말하지만 필자는 거저 줘도 안 갖는다.

 

설계사는 새로 나온 CI보험은 너무나 좋은 보험이니까 하나 가입하라고 권유하였다. 양 씨는 여유가 없어 힘들다고 말하였다. 설계사는 예전에 든 암보험을 해약하고 새로 나온 CI보험으로 갈아타면 보험료를 삼사만 원만 더 부담하면 된다고 말하면서 보험 갈아타기를 적극 권유하였다. 양 씨는 어쩔 수 없이 친구가 하자는 대로 기존 암 보험을 해약하고 CI보험으로 갈아탔다. 조만간 닥칠 비극은 생각하지도 못한 채.

 

비극은 보험을 갈아타고 불과 2개월도 안 되어 발생되었다. 그는 가끔 소화가 안 되고 복통이 있어서 병원에 들러 위 내시경 검사를 받아보았는데 검사결과는 위암이었다. 그는 친구가 권해준 좋은 CI보험이 있으니까 암 진단비, 암 수술비, 암 입원비가 다 나올 것으로 믿고 치료에만 전념하였다. 다행히 위암은 1기에 불과했다. 종양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고, 53일 동안 입원치료를 하였다. 의사는 수술이 잘 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퇴원한 후 진단서, 수술확인서, 입․퇴원확인서를 떼어 보험회사에 제출하고 암 진단비, 암 수술비, 암 입원비를 청구하였다. 그가 가입한 CI보험 가입증서에는 암 진단비는 3,000만 원, 암 수술비는 300만 원, 암 입원비는 3일 초과 1일당 10만 원씩 지급한다고 기재되어 있었다. 받을 수 있는 보험금을 계산해보니까 모두 3,800만 원이었다. 그가 병원에 지불한 실제 치료비는 500만 원도 안 되었기 때문에 남는 돈 3,000만 원은 요양비로 써야겠다고 생각하였다. 보험금 청구서류를 접수하고 며칠이 지나자 보험회사에서 연락이 왔다.

“고객님은 지급할 보험금이 하나도 없습니다.”

“예?”

그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무슨 말이에요? 두 달 전에 새로 나온 CI보험으로 갈아탔는데 보험금이 하나도 없다니요?”

“맞습니다. CI보험을 가입한 것은 전산에서 확인되는데요, 암 책임개시일은 보험계약을 체결하고 90일이 경과한 다음 날부터인데 고객님은 보험계약을 체결하고 암 진단일까지 63일밖에 안 되거든요.”

“그래요?”

“그럼, 갈아타기 전에 가입했던 암 보험은 6년이 넘었으니까 지급되겠네요?”

“고객님, CI보험 말고 다른 보험도 있으십니까?”

“네…. 그런데, 그게…. 얼마 전에”

“아, 하나가 더 있네요. 하지만 두 달 전에 이미 해약하셨는데요?”

“해약이라뇨? 전 해약한 사실 없는데요. 그냥 갈아탄 것뿐이에요.”

“고객님, 해약한 보험은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습니다.”

너무도 황당했다.

그는 전화를 끊고 즉시 친구한테 전화하였다.

친구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여러 차례 전화해보았지만 마찬가지였다.

땅을 치고 후회해본들 이미 소용없는 일이었다.

 

그는 실낱같은 희망을 가지고 보험소송을 한다는 서울 시내 변호사사무실 몇 군데를 찾아가 상담을 받았다. 상담 결과는 전부 부정적이었다. 예전에 체결했던 암보험은 이미 해약했기 때문에 암 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없고, 새로 체결한 CI보험은 면책기간 90일이 경과하지 아니하여 암 진단비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CI보험으로 갈아타라고 한 친구가 너무나 원망스러웠다. 보험을 갈아타지 않고 기존의 암 보험을 그대로 놔두었더라면 아무 문제없이 암 진단비를 탈 수 있었는데…. 후회가 막심하였다.

 

보험금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그는 계속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필자가 운영하는 보험분쟁 보험소송 무료상담 카페에 접속하게 되었다. 그는 카페 게시판에 있는 사무실 약도를 보고 필자의 사무실을 찾아 왔다. 필자는 그에게 보험 갈아타기를 한 구체적인 경위를 말해 보라고 하였다. 친구의 끈질긴 권유에 못 이겨 어쩔 수 없이 갈아탔다는 것이었다. 갈아 탄지는 얼마나 되었는지 물었다.

“그러니까 그게… 만 5개월이 조금 안 된 것 같습니다.”

“그래요? 확실하죠? 만 6개월이 지났다면 힘들지만, 그렇지만 않다면 보험금을 타 낼 수도 있습니다.”

“예? 그게 정말입니까?”

“네.”

“지난 주 변호사사무실을 몇 군데 방문하여 상담해보았는데 다들 힘들겠다고 그러던데요.”

“그런가요? 하하 그렇다면 선생님은 정말 복 받으신 겁니다.”

필자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는 필자의 말이 도저히 믿겨지지 않는 듯했다. 필자가 누구인가. (누구기는, 쉰여덟 살 먹은 아는 것이라곤 보험 하나밖에 없는 놈이지) 필자는 소송에 앞서 D생명 본사에 내용증명 하나를 발송하였다. 내용인즉슨, 이 내용증명을 수령하는 즉시 이미 해약한 기존보험을 원상복귀 시켜주고, 신규로 가입한 챠보험계약을 취소해달라는 통보였다. 1주일 뒤쯤 D생명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설계사가 보험을 갈아타라고 권유한 사실은 인정되나 기존 보험 해약신청서에 계약자가 직접 자필로 서명하였고, 신규 보험청약서에도 계약자가 자필로 직접 서명하였으므로 계약자의 신청을 받아줄 수 없다는 것이었다.

 

필자는 D생명이 왜 계약자의 신청에 무조건 응해주어야 하는지를 자세히 설명해주었다. 먼저 D생명 설계사는 보험업법 제97조(보험계약 체결 또는 모집에 관한 금지행위) 제1항 1호 및 5호 규정을 위반하였고, 계약자는 같은 조 제3항 1호의 기존 보험계약을 해약하고 새로운 보험계약을 체결하는 경우에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설계사로부터 설명 들었거나 설명을 들었다고 자필로 서명해준 적이 없다고 말해주었다. 보험 갈아타기를 한 계약자는 보험회사에 대하여 기존 계약이 소멸된 날로부터 6개월 이내에는 언제든지 소멸된 기존 계약을 원상복귀 시키고 새로운 계약을 취소해달라고 신청할 수 있다고 같은 조 제4항에 규정되어 있음도 말해주었다. 그때서야 보험회사 직원은 말을 더듬거리더니 내부적으로 다시 한 번 검토한 후 연락드리겠다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필자는 보험회사가 끝내 계약자의 신청에 응하지 않으면 법원에 소를 제기하라고 양 씨에게 말해주었다. 보험업법에는 보험 갈아타기, 즉 승환계약 체결 금지에 관한 규정이 있고, 승환계약 취소를 할 수 있는 6개월이 아직 경과하지 않았기 때문에 소송만 제기하면 우리가 승소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었다.

 

며칠 뒤 D생명 본사에서 다시 연락이 왔다. 양 씨의 요청대로 해주겠다는 것이었다. 필자의 말을 들은 D생명 직원은 법무팀 직원들과 충분히 검토해보았을 것이다. 법정싸움으로 가보아야 D생명이 패소할 것은 너무 명백하니까 양 씨의 요구를 받아주기로 결정한 것이 틀림없었다. 때문에 그는 기존의 암 보험을 원상복귀 시켜서 암 진단 보험금 2,000만 원, 암 수술비 200만 원, 암 입원비 500만 원을 받을 수 있었고, 새로 갈아탄 CI보험계약은 취소해 버렸다. 양 씨는 필자를 만나 구사일생으로 살아났다. 보험금은 수령하였지만, 보험모집수당에 눈이 먼 나쁜 친구의 유혹에 넘어가 보험을 갈아탔다가 지옥의 문턱까지 갔다 온 셈이 되었다.

 

그가 만약 필자를 만나지 못했고, 1개월만 더 지나 6개월이 경과해버렸다면 어떻게 되었을까를 생각하면 필자도 오금이 저린다. 보험 갈아타기는 이처럼 보험회사와 설계사에게는 좋을지 몰라도 계약자에게는 백해무익하므로 보험업법에서조차 승환계약 체결을 금지하는 규정을 둔 것이다. 독자는 무슨 일이 있어도 보험 갈아타기를 하지 말기 바란다. 필자가 이렇게 당부했는데도 설계사가 꼬드기면 또 갈아탈 수도 있다고? (후훗, 알아서 해라. 죽으려면 무슨 짓인들 못할까)

 

단언컨대, 보험은 오래 전에 가입한 보험일수록 계약자에게 좋다. 오래된 친구만 좋은 것이 아니다. 예전에 가입한 보험은 보장도 까다롭지 않고, 예정이율도 높다. 그러나 요즘 판매되는 보험들은 보장도 까다롭고, 예정이율도 매우 낮다. 예정이율이 낮다는 것은 보험료가 비싸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보험회사와 설계사는 결코 독자의 이익을 위하여 보험 갈아타기를 권유하지 않는다. 전적으로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권유하는 것이다. 보장이 까다롭고 예정이율이 낮은 보험으로 갈아타주니 보험회사는 얼마나 좋아하겠는가. 새로 체결한 보험계약에서 모집수당이 또 지급되니 설계사는 얼마나 좋겠는가. 설계사에게 지급하는 모집수당이 누구의 돈인지 생각하면 보험 갈아타기가 왜 손해인지 금방 알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보험을 갈아타서는 안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앞에서 본 양 씨처럼 보장에 공백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 보험은 이미 해약해버렸기 때문에 보장을 못 받고, 신규 보험은 면책기간이 경과되지 않아서 보장을 못 받거나 조기에 진단받을 경우 보험금을 조금밖에 받을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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