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순간에도 보험회사는 보험금 삭감기법(?)을 열심히 연구하고 있을 것이다. 그 방면에 관한 한 보험회사 직원들의 머리는 천재 수준이라고 필자가 인정한다. 최근 들어 S생명보험주식회사는 기발한 방법을 하나 또 개발해냈다. 방법인즉슨 피보험자가 입원치료를 마치고 퇴원하여 입원비 일당을 청구하면 보험회사는 적정 입원일수를 초과했기 때문에 전체 입원일수에 대하여 입원비 일당을 지급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게 무슨 외계인 해태껌 씹는 소리도 아니고 무슨 소리란 말인가. 보험계약 내용이라 할 수 있는 보험약관에는 적정 입원일수 만큼만 입원비 일당을 지급한다는 규정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손해보험 약관의 입원비 일당 지급규정을 보면, 상해 또는 질병으로 인하여 병원 또는 의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은 경우 회사는 180일을 한도로 입원 1일당 보험증권에 기재된 입원비 일당을 지급한다고 되어 있고, 생명보험 약관의 입원비 지급규정을 보면, 재해 또는 질병으로 인하여 그 치료를 직접적인 목적으로 4일 이상 계속하여 입원하였을 때 120일을 한도로 입원 1일당 약정한 입원비를 지급한다고 되어 있다. 이처럼 모든 보험의 입원비 일당은 실제로 입원한 일수만큼 지급한다고 규정되어 있지, 적정 입원일수 만큼만 지급한다고 규정되어 있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생명은 어느 순간부터 계약자가 입원비 일당만 청구하면 그 때마다 적정 입원일수를 초과하여 입원하였다면서 입원비 일당을 깎으려들고 있다. 보험회사가 말하는 ‘적정 입원일수’란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발표하는 통계보고서에 기재된 ‘질병별 평균 입원일수’를 의미하는 듯하다. 질병별 평균 입원일수란 특정 질병으로 인한 입원환자들의 전체 입원일수를 전체 입원환자수로 나눈 것을 말한다. 질병별 평균 입원일수는 말 그대로 특정 질병의 평균 입원일수일 뿐, 적정 입원일수는 아니다. 적정 입원일수란 말은 존재할 수 없다. 보험회사가 입원비 일당을 적게 지급할 목적으로 만들어낸 신조어일 뿐이다.
동일한 질병이더라도 질병의 진행정도, 환자의 체질 및 연령, 치료방법 등에 따라서 실제 입원일수는 천차만별인 것이지, 질병별 적정 입원일수를 초과하면 모든 환자가 퇴원하여도 될 만큼 회복이 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입원비 일당을 부당하게 타낼 목적으로 통원치료가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일부러 입원을 하는 것은 보험사기에 속한다. 하지만 입원치료가 필요하다는 담당의사의 소견에 따라 입원하였고, 그 입원일수가 50일이었다면, 보험회사는 50일에 대하여 입원비 일당을 지급해야지, 해당 질병의 평균입원일수가 20일이라고 하여 나머지 30일치의 입원비 일당을 지급하지 않는다면 이 역시도 보험사기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계약자도 보험금을 편취하기 위하여 불필요한 입원을 해서는 안 되겠지만, 보험회사도 지급책임이 있는 입원비를 부당하게 삭감해서는 안 된다. 여기서 ‘불필요한 입원’이란 특별한 치료내용도 없으면서 병원에서 제공하는 하루 세 끼 밥만 먹으면서 가벼운 물리치료나 하는 정도의 입원을 말한다. 그런 환자를 우리는 나이롱환자라고 부르고 있다.
다음은 적정 입원일수 때문에 고통을 받아야 했던 부산의 김 모씨 사례이다. 그녀는 S생명보험에 3건의 보험을 가입하고 유지 중이었다. 가입한 보험의 종류는 1998년 12월에 가입한 무배당 여성시대건강보험 1건, 2001년 7월에 가입한 무배당 뉴퍼스트클래스종신보험 1건, 2004년 5월에 가입한 무배당 리빙케어보험 1건이다. 그녀는 2010년 11월 30일 왼쪽 다리 무릎관절의 퇴행성 관절염(질병분류번호: M17) 및 외측 반월상 연골파열(M23)이라는 진단을 받고, 부산에 있는 고신대학교 복음병원에서 관절 내시경으로 반월상 연골을 봉합하는 수술을 받은 후 2010년 11월 30일부터 동년 12월 21일까지 22일간 입원하였고, 고신대학교 복음병원 의사 손 모씨의 전원소견서를 교부받아 서부산 센텀병원에서 2010년 12월 21일부터 2011년 1월 14일까지 24일간, 부영병원에서 2011년 1월 14일부터 2011년 2월 9일까지 26일간, 총 72일 동안 입원치료를 하였다. 부영병원에서의 26일간 입원 중에는 상세불명의 간질환 추가진단을 받아 그에 대한 치료도 병행하였다.
그녀는 진단서, 수술확인서, 입․퇴원확인서를 S생명에게 제출하고 보험금을 청구하였다. 지급받아야 할 보험금은 수술비, 입원비 일당, 장기 간병자금, 건강 회복자금이었다. S생명은 수술비는 군소리 안하고 바로 지급했다. 그러나 입원일수에 따라 지급되는 입원비 일당, 장기 간병자금, 건강 회복자금은 지급을 거절했다. 거절사유는 이렇다. 그녀가 진단받은 무릎관절의 퇴행성관절염 적정 입원일수는 20일밖에 되지 않는데 72일이나 입원을 하였다는 것이다.
그녀는 필자에게 전화를 걸어 S생명의 이러한 행위가 적법한 것이냐고 물었다. 필자는 각 보험계약의 보험약관 규정들을 상세히 검토해보았다. 보험약관 어디에도 질병별 적정 입원일수 만큼만 입원비 일당을 지급한다는 규정은 없었다. 그래서 필자는 그녀에게 물었다.
“혹시 보험금을 많이 탈 목적으로 통원치료를 해도 되는데 일부러 입원을 한 것은 아닙니까?”
“하늘을 맹세코 그런 건 없습니다.”
그녀의 대답은 단호했다.
“수술한 곳이 왼쪽 다리 무릎관절이라 수술 후 봉합한 인대가 완전히 붙으려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며, 인대가 붙기 전에 왼쪽 다리에 체중을 실으면 안 되기 때문에 석고붕대를 하고 목발을 짚고 다녀야 했는데, 넘어지기라도 하는 날엔 재 파열 위험이 있기 때문에 입원치료를 하는 것이 좋다는 담당의사의 소견에 따라 입원한 것뿐이에요.”
이처럼 그녀는 목발을 사용하지 않고서는 걸을 수 없었다. 그녀의 자택에서부터 병원까지는 상당한 거리여서 매일같이 목발을 짚고 오가며 통원치료를 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들었다. 매일 택시를 타고 통원치료를 한다 해도 교통비가 만만치 않게 나오는 상황이었다. 더욱이 그녀의 집은 엘리베이터가 없는 5층 아파트의 맨 위층이어서 목발을 짚고 매일같이 계단을 오르락내리락 한다는 것은 무리였다. 여자 몸으로 힘에 부치기도 하지만 만약 균형을 잃고 계단에서 구르기라도 한다면 봉합부위가 재 파열되는 등 위험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
보험약관의 보험금지급기준을 살펴보아도 입원비 일당, 장기 간병자금, 건강 회복자금을 지급할 때 질병별 적정 입원일수 만큼만 입원일수를 인정한다는 규정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생명은 극구 적정 입원일수 만큼만 인정하겠다는 것이었다. 필자는 최대선의의 원칙이 요구되는 보험계약에서 보험회사가 자신이 작성한 보험약관을 스스로 무시하고 있다고 판단하였다. S생명으로부터 받지 못한 보험금은 380만 원으로서 그리 크지는 않았다. 하지만 보험계약자의 정당한 권리행사를 위해서는 법적 대응이 불가피해보였다.
청구하는 보험금이 380만 원밖에 안되어 변호사 선임은 적절해 보이지 않았다. 따라서 소송을 하려면 소장, 준비서면 등 서면작성만 의뢰하여 하라고 말해주었다. 그녀는 필자가 작성해준 소장을 그녀의 주소지 관할법원인 부산지방법원에 접수하였다. 소장 부본을 송달 받고 S생명이 법원에 제출한 답변서 내용을 살펴보니 소제기 전에 S생명이 하였던 말과 동일한 내용이었다. 그녀의 입원일수 72일은 적정 입원일수(20일)를 훨씬 초과한 과잉 입원이라고 주장하고 있었다. 변론기일 때마다 피고인 S생명에서는 변호사가 법정에 나왔고, 원고인 그녀는 본인이 직접 법정에 나갔다. 그녀는 자신이 입원했던 세 곳의 병원에 사실조회촉탁을 신청하였다. 그녀의 정확한 진단명은 무엇이고, 무슨 수술을 하였으며, 입원기간 동안의 치료내용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입원일수 72일중 고의, 허위, 과잉입원은 없었는지, 입원치료가 필요하였던 사유 등에 관하여 병원들에게 물어보았다. 세 병원이 재판부에 제출한 사실조회회신에는 그녀의 72일 입원은 왼쪽 다리 무릎관절의 퇴행성관절염 및 외측 반월상 연골파열의 치료를 직접 목적으로 한 입원이며, 환자가 입원치료를 고집하여 입원을 한 것이 아니고, 수술 후 여러 가지 사정을 감안하여 의사가 결정한 것이라고 기재되어 있었다. 1심의 결과는 그녀의 전부 승소였다. 당연히 지급해야 할 입원비 일당을 S생명이 지급하지 않아서 제기한 소송이었으므로 그녀의 승소는 처음부터 예견된 것이었다.
그녀는 소송을 통하여 S생명으로부터 덜 받은 보험금 380만 원을 전액 받아낼 수 있었다. 필자는 그녀의 용기에 찬사를 보냈다. 비록 연약한 여자의 몸이지만 보험소비자의 정당한 권리행사를 위해서는 법정싸움도 불사하겠다는 멋쟁이 여자였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도 그녀처럼 용감해야 한다. 그래야만 보험회사가 계약자를 함부로 대하지 못한다. 보험회사는 영악한 집단이라서 계약자가 무식하고 나약하다고 보일 때에만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거나 삭감하려든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보험금을 청구하는 자가 판․검사이거나 변호사이거나 손해사정사라면 절대로 태클 걸지 않고 신속하게 지급해준다. 모 보험회사가 보험금 지급부서 전 직원들에게 배부한 고객 유형별 응대요령이라는 책자에도 그렇게 쓰여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계약자를 평등하게 대하지 않고 차별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S생명도 가정주부인 그녀가 단돈 380만 원 때문에 대기업인 보험회사를 상대로 설마 소송을 제기하겠는가, 하고 안일하게 대처했던 것이다. 보험회사가 그녀에게 했던 것처럼 계약자 10명에게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거나 삭감하려 하면 보통 7-8명 정도는 보험금 청구를 포기하거나 보험회사가 준다는 돈만 받고 만다. 나머지 2-3명만 끝까지 따지고 싸워서 기어이 보험금을 전액 타낸다. 보험회사 입장에서 실익을 따져 보자. 2-3명의 보험금을 전액 지급했다 할지라도 어차피 지급했어야 할 보험금이었다. 그러나 보험금 청구를 포기한 7-8명의 미지급보험금은 보험회사가 꿀꺽 했으니 얼마나 맛있었겠는가. 이처럼 보험회사는 보험금 청구를 포기하는 70-80% 계약자들의 보험금을 먹는 맛에 길들여져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보험회사들은 계약자가 청구하는 보험금이 몇 만 원 또는 몇 십만 원에 불과한 소액이라면 꼬투리 잡지 않고 신속하게 지급하지만 고액이라면 무슨 사유를 대서라도 지급을 거절하거나 삭감하려 든다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
보험회사의 나쁜 습성은 나약하고 무지한 계약자들 때문에 생겨난다. 보험회사가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거나 삭감하려 하면 겁내지 말고 보험 전문가와 상담한 후 보험회사의 행위가 횡포라고 판단되면 적극적으로 다투어야 한다. 보험회사는 돈 장사 하는 금융기관이므로 단 돈 1원에 대해서도 매우 예민하다. 보험회사가 두려워하는 것은 계약자가 보험회사의 제의를 받아들이지 않고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다. 보험회사가 보험금 지급을 거절할 때마다 계약자가 소송을 제기하여 승소한다면, 보험회사는 보험금은 물론이고 지연이자와 소송비용까지 부담하여야 하기 때문에, 혹을 떼려다 더 큰 혹을 붙인 것이 되어 최초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거나 삭감하려 했던 직원은 보나마나 회사로부터 문책을 당할 수밖에 없다. 한번 문책을 당한 직원은 보험금을 지급할 때 정직해지고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독자가 한 입원이 입원비 일당을 부당하게 편취하기 위한 고의 입원, 허위 입원, 과잉 입원이 아니고 입원이 필요하다는 의사 소견에 따라 입원한 것이라면, 그 입원일수가 100일이든 200일이든 상관없이 입원비 일당, 간병자금, 건강회복자금을 전액 받아내야 한다. 만약 S생명처럼 적정 입원일수 만큼만 지급하겠다고 어깃장을 부리면 위 멋쟁이 여자처럼 법적대응을 하여 본때를 보여주어야 한다. 이상한 보험회사들을 박멸하는 구충제는 오직 하나, 보험소비자의 적극적인 권리주장 및 법적대응밖에 없음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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