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좋은 보험 나쁜 보험 이상한 보험회사> 81면-88면
보험은 미래에 발생할지 모르는 우연한 사고에 대비하여 가입하는 것이라고 앞에서 말했다. 이미 발생한 사고에 대하여 보상을 받고자 가입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사고나 질병이 이미 발생하였는데 이를 숨기고 보험에 가입해서 계약체결 이후에 발생한 사고나 질병으로 위장하여 보험금을 타 냈다가는 감옥생활을 면하기 힘들다. 그리고 다수 보험계약을 체결한 후 고의로 사고를 일으켜 고액의 보험금을 수령해서도 안 된다. 보험금은 고사하고 철창신세만 지기 때문이다. 보험은 평소에 적은 보험료를 납입하다가 우여한 기회에 보험사고가 발생하면 고액의 보험금을 수령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행성이 있다는 특성이 있다. 그래서 보험에는 도덕적 위험이 상존할 수밖에 없다.
이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하여 상법에는 고지의무 제도, 통지의무 제도, 타인의 사망보험에서 피보험자의 서면동의 제도, 15세 미만자나 심신상실자를 피보험자로 정한 사망보험계약 무효 제도 등 여러 가지 규정을 두고 있지만 그래도 도덕적 위험은 여전히 상존할 수밖에 없다. 이번 이야기는 계약자가 사기 목적으로 보험계약을 체결했다가 낭패를 보았던 사례들이다. 다들 보험금은 타지도 못하고 구치소 생활만 해야 했다.
특별한 직업도 없고, 소득도 없는 30대 후반의 미혼인 강 모씨. 그는 국내에서 특별히 할 만한 일이 없자 어느 날부터인가 중국을 오가며 속칭 보따리장사를 하게 되었다. 하지만 고생만 할 뿐 기대하였던 수입이 발생하지 않자 엉뚱한 생각을 하게 된다. 중국으로 출국하기 전 인천국제공항 대합실에 마련된 여행자보험 대리점에서 해외 여행자보험을 한 보험사에 한 건씩 네 보험사에 네 건을 체결하였다. 중국으로 건너 간 그는 고액의 보험금을 노리고 엄청난 음모를 꾸민다.
중국은 자주 드나들고 오래 동안 체류를 했던 곳이라 중국 현지인 친구가 한 명 있었는데, 강 씨는 그 친구와 같이 시내에서 소주 여러 병과 맥주, 안주를 사서 검은 봉지에 담아 들고 택시를 집어탄다. 목적지는 예전에도 두 번 가본 적이 있던 친구 아버지의 시골집. 택시로도 한 시간은 족히 걸리는 시내에서 꽤나 떨어져 있는 시골 외딴집이다. 친구의 아버지가 혼자 농사지으면서 살고 있는 집이다. 목적지에 도착한 두 명은 마루에 걸터앉아 시내에서 사가지고 온 술과 안주를 먹으며 고즈넉한 시골정취에 푹 빠져든다. 취기가 얼근하게 돌자 그는 뒷간을 갔다 오겠다며 일어섰다. 그는 툇마루를 내려와 섬돌을 디디다가 그만 균형을 잃고 앞으로 꼬꾸라졌다. 친구가 나서며 “괜찮겠어? 내가 부축해줄까?”하니까 극구 거절하며 뒷간으로 비틀거리며 갔다. 오 분쯤 지났을까. 갑자기 뒷간에서 ‘악’ 소리가 났다. 깜짝 놀란 친구가 소리 난 쪽을 향하여 가보려고 일어서는데, 이미 그가 비틀거리면서 걸어오고 있었다. 왼손으로 움켜잡은 오른 손 손가락에서는 붉은 선혈이 뚝뚝 떨어졌다. 그 모습을 본 친구는 놀라서 먹은 술이 다 깨어버렸다. 피가 솟는 부분을 자세히 보니 오른 손 엄지와 약지만 빼고 가운데 세 손가락이 잘리고 없었다. 친구는 줄줄 흐르는 피부터 지혈을 시켜야겠다고 생각하고 방 안에서 수건을 꺼내와 그의 오른 손목을 꽁꽁 동여맨 후 전화로 콜택시를 불렀다. 둘은 택시를 타고 시내에 있는 종합병원으로 향하였다. 병원 응급실에 도착한 그와 그의 친구는 병원 직원의 안내로 곧바로 수술실로 향하였다. 의사는 잘려진 손가락은 어디에 있느냐고 물었다. 잘린 손가락을 보니까 무서운 생각이 들어서 뒷간에 있는 똥통에 집어넣어 버렸단다. 봉합수술을 하려면 잘려진 손가락이 있어야 한다고 의사가 말하였다. 친구가 “지금이라고 가서 가지고 올까요?”라고 말하자, 의사는 이미 시간이 많이 경과하여 틀렸다고 말하였다. 더구나 똥통에 넣어버렸다면 이미 오염되어서 못쓴다고 고개를 저었다. 의사가 그에게 손가락 절단 이유를 묻자, 그는 술 취해서 시골 뒷간에 오줌 누러 갔다가 거기에서 지금까지 한 번도 보지 못했던 희한한 물건이 있기에 그것이 무엇에 쓰이는 것인지 궁금하여 옆에 있던 볏짚을 한 주먹 쥐어서 잘라 보려다가 술이 취해 무거운 칼날을 놓치는 바람에 이렇게 되었다고 말하였다. 친구는 그것이 소 여물 써는 작두라고 말하면서 미안하여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사고가 나고 몇 개월이 흘렀다. 그는 한국으로 돌아왔다.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필자의 사무실을 찾아왔다. 중국에 사업차 갔다가 현지 친구의 시골집에 가서 술을 먹고 화장실에 갔다가 태어나서 처음 본 희귀한 물건이 있기에 만져보다가 실수로 그만 이렇게 된 것이라면서 장해보험금을 얼마나 지급받을 수 있는지 알아보려고 왔다는 것이다. 그가 체결한 보험계약들은 모두 보험기간이 1년짜리인 해외 여행자보험들이었는데 네 개 보험사에 각 한 건씩 총 네 건이었다. 재해로 인하여 손가락 3개가 절단되었을 때 지급받아야 할 보험금의 합계금액은 3억6,000만 원이었다. 생명보험이나 상해보험은 모두 고의사고에 대해서만 면책이고 중과실 및 과실사고에 대하여는 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이 원칙이다. 때문에 필자는 고의사고가 아니고 과실로 인한 사고이므로 보험회사들에게 청구만 하면 다 보험금을 지급할 텐데 왜 굳이 저희 법무법인을 통하여 법적 청구를 하려고 하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네 개 보험회사가 모두 보험금을 편취하기 위한 고의사고로 보이기 때문에 보험금을 지급해줄 수 없다고 그런다는 것이다. 필자는 다시 한 번 그에게 물었다.
“고의로 자른 것입니까 아니면 명정 상태에서 실수를 하여 잘린 것입니까?”
“솔직하게 말씀해주셔야 합니다. 소송을 하더라도 나중에 다 밝혀지니까요.”
그는 말했다.
“정말입니다. 술이 취한 상태에서 실수로 그런 것입니다.”
특별한 직업도 없고, 소득도 없는 그가 착수금을 지급할 여력이 있을 리 만무이었다. 때문에 착수금을 지불하지 않는 대신 성공보수를 조금 더 지불하는 것으로 약정하고 소송을 진행하였다. 1심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상대방인 네 개 보험회사는 우리가 예상하지도 않았던 경찰조사기록, 보험회사 조사팀의 중국현지 조사내용 등을 제출하였는데 그 내용인즉슨 강 모씨가 보험금을 편취하기 위하여 고의로 손가락을 잘랐다는 것이었다. 보험회사들은 강 모씨와 같이 술을 마셨던 친구의 자필확인서까지 서증으로 제출하였는데, 그 내용을 보면 강 모씨가 보험금을 타게 되면 2,000만원을 줄 테니까 만취상태로 헛간에 소변보러 갔다가 실수로 잘린 것이라고 진술해달라는 부탁을 받은 적이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면서 강 씨의 잘린 손가락 부위를 보면 실수로는 도저히 잘릴 수 없는 부위라고 강하게 주장하였다. 그런 의심을 받을 만도 한 이유는 엄지손가락을 제외한 나머지 손가락 네 개가 잘린 것도 아니고, 엄지와 새끼손가락을 제외한 나머지 가운데 손가락 세 개만 깊숙이 잘려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강 모씨는 같이 술을 먹은 친구가 경찰이든 보험사 조사 직원이든 그 누구에게도 자필확인서를 써 준 사실이 없다고 말한다면서 보험회사가 제출한 친구의 자필확인서는 위조된 것이라고 말하였다. 그게 사실이라면 그 친구를 국내로 불러들여 증인으로 세우든지, 중국현지에서 필적감정을 실시해보자고 그에게 말하였다. 하지만 그는 필자의 제의에 응해주지 않았다. 어느 순간부터는 필자전화도 잘 받지 않았다. 아니 전화를 피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1심결과는 우리의 패소였다. 그러자 강 모씨가 갑자기 전화를 걸어와 항소해달라고 말하였다. 필자는 강 모씨의 요구대로 인지대와 송달료는 추후 보정하기로 하고 우선 인지대 1만원만 납부하고 항소장을 법원에 접수하였다. 그러나 강 모씨는 인지를 납부하라는 법원의 보정명령에도 불구하고 돈도 입금해주지 않고 전화도 받지 않았다. 항소해달라고 한 사람이 한 달이 넘도록 가타부타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필자는 그의 행동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급기야 필자는 이런 생각에 이르렀다. 그는 보험금을 편취하기 위하여 해외여행자보험 네 건을 가입한 후 보험사들의 사고조사가 허술할 수밖에 없는 중국에서 고의로 손가락을 자른 후 혼자서는 보험금 수령이 녹록하지 않겠다고 판단한 나머지 전문가의 조력을 받아서 청구해보려 했다가 사태가 우리에게 불리하게 진행되자 항소를 포기하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착수금을 1원도 지불하지 않았으니 패소해도 손해 볼 것이 하나도 없다는 안일한 생각으로 말이다. 보정기일 내에 인지를 보정하지 못하여 항소는 결국 각하되었다. 네 개 보험회사는 민사소송과는 별개로 그를 사기미수 혐의로 고소를 하였던 상태라 그는 계속 경찰조사를 받았던 걸로 기억된다. 하지만 필자는 더 이상 그와는 연락을 주고받지 않았으므로 자세한 이후 상황은 알 수 없다. 부정한 방법으로 보험금을 타내기 위하여 고의로 손가락을 잘랐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면 사기미수 혐의로 형사처벌을 받았을 수도 있다. 우리는 보험금 편취를 목적으로 고의사고를 냈던 사람이 감옥에 갔다는 뉴스를 종종 접한다. 보험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사람들이라 할 수 있다. 당연히 줄 보험금도 안 주거나 적게 주려는 곳이 보험회사인데 일부러 사고를 낸 사람들에게 보험회사가 순순히 보험금을 줄 것이라고 생각하였다는 사실이 너무나 어이없어 보인다.
바늘도둑이 소도둑 되더라고, 보험사기를 저지를 생각은 추호도 없어야 한다. 처음에 시도하는 사소한 보험사기는 성공할 수 있다. 입원비 한두 푼 정도의 소액보험금은 보험사들도 실사 없이 입․퇴원확인서 확인만으로 지급해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한번 사기에 맛 들린 사람은 좀 더 큰 사기유혹에서 빠져 나오기 힘들기 때문에 결국에 가서는 소도둑이 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독자는 나쁜 보험을 체결했다가 고통 받았던 사례들을 살펴보았다. 보험계약은 쌓았다가 허물고, 다시 지었다가 부수는 모래성이 아니다. 한 번 체결하면 짧게는 수십 년, 길게는 종신토록 유지해야 하는 것이 보험계약이다. 따라서 태풍이 불고 비바람이 몰아쳐도 절대로 부서지지 않는 튼튼한 집을 지어야 한다. 나쁜 보험은 절대로 체결해서는 안 되고, 좋은 보험을 체결해야 한다는 말이다. 나쁜 보험이란 어떠한 보험을 말하는지 다시 한 번 정리해보겠다. 첫째, 보험계약을 체결할 때 청약서의 계약 전 알릴 의무사항에서 묻고 있는 질문에 대하여 알려야 할 사항이 있음을 계약자가 알고도 일부러 알리지 아니하거나 사실과 다르게 부실하게 알리고 체결한 보험을 말한다. 둘째, 계약 전 알릴 의무사항의 답변을 알리기는 하였으나 계약자, 피보험자의 자필로 직접 기재하지 않고 설계사에게 구두로만 알린 보험을 말한다. 셋째, 계약자와 피보험자가 서로 다른 사망보험, 즉 타인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사망보험계약에서 계약을 체결할 때 피보험자의 서면동의(자필서명)를 받지 않은 보험을 말한다. 넷째, 보험약관, 상품설명서, 가입설계서 기재내용은 읽어보지도 않은 채 서명 란에 서명만 해주고 체결한 보험을 말한다. 다섯째, 부당하게 보험금을 편취할 목적으로 여러 보험회사와 체결한 다수 보험계약을 말한다.
보험은 사행성이 있기 때문에 보험계약은 타 계약들보다 더욱 더 계약당사자의 신의칙 및 정직이 요구된다. 상법에서 보험회사에게는 약관교부설명의무를 지게 하고, 계약자에게는 고지의무 및 통지의무를 지게 하는 것도 다 이 때문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보험은 계약체결 이후에 발생한 우연한 사고나 질병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지, 이미 발생한 사고나 질병을 숨기고 가입하거나 고의로 사고를 내어 보험금을 타기 위한 것이 결코 아니다. 괜히 흑심 품고 보험을 가입했다가 돈만 낭비하고 인생 망치는 일은 없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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