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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좋은보험 나쁜보험 이상한보험"/보험금불지급

고지의무 위반, 보험금 불지급, 보험계약 해지 대처방법

by 변운연 2019. 9.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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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계약은 불요식 낙성계약이다. 불요식이란 계약을 체결할 때 특별한 요식행위가 없다는 뜻이다. 따라서 보험청약을 하겠다는 계약자의 의사표시가 있고, 승낙하겠다는 보험회사의 의사표시만 있으면 계약은 성립한다. 즉 구두만으로도 얼마든지 보험계약은 성립된다는 말이다. 그러나 보험실무에서는 보험계약을 체결하려는 계약자는 청약서를 작성하고 제1회 보험료를 보험회사에 지불하는 것이 보통이다. 청약서 기재내용은 크게 네 가지로 구분된다. 첫 번째는 계약을 체결하는 계약자, 피보험자, 수익자의 인적사항(주소, 연락처, 직업, 직무 등)을 기재하는 란이고, 두 번째는 보장내용이 되는 주계약 및 특약의 가입금액과 보험료를 기재하는 란이다. 세 번째는 계약 전 알릴의무, 즉 고지의무를 이행하는 란이며, 네 번째는 보험계약자, 피보험자가 자필로 서명하는 란이다. 이 네 가지는 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지만 그 중에서도 계약 전 알릴 의무의 철저한 이행이 제일 중요하다. 필자의 경험에 비추어보면 보험 분쟁의 절반 이상이 이 계약 전 알릴 의무 위반 때문에 발생하는 것 같다. 이는 바꾸어 말하면 고지의무만 완벽하게 이행하여도 보험 분쟁의 절반은 줄일 수 있다는 말이 된다.

 

고지의무를 완벽하게 이행하는 것이란 어떻게 하는 것을 말할까? 어렵게 생각할 것 없다. 청약서의 ‘계약 전 알릴 의무사항’에 기재된 보험회사의 질문내용을 꼼꼼히 읽고 나서 나에게 해당하는 사항이 있으면 숨김없이 사실대로 답변하면 된다. 답변은 반드시 계약자 또는 피보험자의 자필로 청약서에게 직접 기재하여야 한다. 설계사에게 구두로 알린 것은 효력이 없다. 즉 알리지 않은 것이 된다. 청약서의 질문내용을 대충 읽어서는 안 되고, 천천히 꼼꼼하게 읽어야 한다. 그리고 알려야 할 사항이 있으면 아무리 사소한 것일지라도 빠뜨리지 말고 전부 답변 란에 기재하여야 한다.

 

보험계약을 체결할 때 가장 경계해야 할 설계사는 청약서 질문내용을 꼼꼼히 읽어보고 답변하라는 것이 아니고 대충 두루뭉술하게 다음과 같이 물어보는 설계사들이다.

“최근 5년 이내에 수술이나 입원하신 적 있으세요?”

이때 계약자가 수술한 적도 없고, 입원한 적도 없어서 「아니오」라고 말하면, 설계사는 바로 이렇게 말한다.

“그럼 여기 질문사항의 답변 란「아니오」에 모두 표기해 주세요.”

이때 계약자는 아무런 생각도 없이 설계사가 하라는 대로「아니오」에 줄줄이 갈매기(√) 표기를 해준다. 이런 식으로 줄줄이 갈매기(√) 표기를 한 계약자는 십중팔구 고지의무를 위반하여 훗날 보험 때문에 갖은 고생과 고통을 겪게 된다.

 

왜 고지의무 위반이 되는지 말하겠다. 청약서의 ‘계약 전 알릴 의무사항’ 질문내용을 한번 자세히 읽어보라. 수술과 입원 사실만 물어보는가? 아니다. 의사로부터 진찰을 받은 것이 있는지, 진단을 받은 것이 있는지, 검사 또는 정밀검사를 받은 것이 있는지, 통원치료를 한 것이 있는지, 약을 복용한 사실이 있는지, 여러 가지 사항을 묻고 있다. 따라서 수술과 입원 두 가지만 물어보고, 없다니까 예닐곱 개의 질문사항 모두에「아니오」라고 표기하라는 설계사의 말은 크나큰 죄악의 씨앗이다. 그런 설계사에게 보험을 가입하면 절대로 안 된다. 그런 사람은 훗날 계약자가 보험금을 받든 못 받든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이다. 오직 보험계약만 성립시켜 모집수당만 챙기면 끝이라고 생각하는 무책임한 설계사이다.

계약자는 보험계약 체결 2년 전에 고혈압으로 진단받고 고혈압 약을 서너 달 먹은 적이 있다고 설계사에게 사실대로 말했다. 그렇다면 설계사는 청약서에 그 내용을 그대로 기재하라고 안내해주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현재만 고혈압 약을 복용하고 있지 않다면 과거의 약 복용사실은 알리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는 정신 나간 설계사들이 종종 있다. 2-3일 통원치료 한 것은 중요한 것도 아니고, 알렸다가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드니까 알리지 말라는 실성한 설계사도 있다. 그런 설계사의 말에 절대로 넘어가서는 안 된다. 보험사고가 발생하면 보험회사가 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이지, 설계사가 자신의 돈으로 지급하는 것이 아니다. 계약자가 보험금 청구서류를 접수하면 보험회사가 제일 먼저 확인하는 것이 고지의무 위반이 있는지 여부이다. 이때 사소한 불고지, 부실고지만 발견되어도 보험회사는 즉각 보험계약을 해지하고,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

 

‘고지의무’는 상법에서 정한 보험 전문용어이고, 약관에서는 '계약 전 알릴 의무'라고 칭하고 있다. 상법상 고지의무란 계약자, 피보험자가 보험계약을 체결할 때 보험회사에게 알려야 할 중요한 사항을 사실대로 알려야 할 의무이다. 여기서 중요한 사항이란 보험청약서의 계약 전 알릴 의무사항에서 질문하는 내용들을 말한다. 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는 청약서에서 묻고 있는 사항에 대하여 알려야 할 사항이 있는 때에는 이를 보험회사에게 숨김없이 사실대로 알려야 한다. 이를 위반하면 고지의무 위반이 된다. 그러나 알리지 않거나 부실하게 알린 것이 있다고 하여 무조건 고지의무 위반이 되는 것은 아니고, 계약자 또는 피보험자의 고의 또는 중과실로 인하여 알리지 않거나 사실과 다르게 알린 것만 고지의무 위반이 된다.

 

독자는 고지의무 제도를 법률로 정한 취지부터 알아야 한다. 계약자가 보험회사에게 지불하는 보험료 금액은 피보험자의 위험 크기에 따라서 달라진다고 앞에서 설명하였다. 위험이 높아질수록 보험료도 비싸지고, 위험이 낮아질수록 보험료도 저렴해진다. 보험회사는 정확한 보험료 산정을 위해서 그리고 보험청약을 승낙할 것인지 아니면 거절할 것인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피보험자의 위험을 정확하게 측정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보험을 가입하는 수많은 피보험자의 위험을 그때마다 보험회사가 정확히 측정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런 이유 때문에 계약자나 피보험자가 자신의 위험을 솔직하게 알리게 하고, 만약 알리지 아니하거나 부실하게 알리는 경우에는 불이익을 보도록 고지의무 제도를 둔 것이다.

 

그러나 아이러니컬하게도 보험회사들은 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사실대로 고지하기보다는 불고지 또는 부실고지 해주기를 내심 바라고 있다. 왜냐하면 계약자가 계약 전 알릴 의무를 위반한 경우에는 보험사고가 발생하여도 보험회사는 계약을 해지할 수 있고, 계약을 해지하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이 얼마나 좋은가? 보험료는 받아먹으면서도 보험금이 지급될 위험이 전혀 없으니 이거야말로 꿩 먹고 알 먹는 식이 아니겠는가. 이에 뒤질세라 설계사들까지 가세하여 계약자의 솔직한 고지의무 이행을 방해하거나 고지의무 위반을 부추기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과거 병력과 치료 사실들을 곧이곧대로 알리면 보험회사가 청약을 거절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청약을 거절하면 설계사는 모집수당을 한 푼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보험회사와 설계사의 이러한 속내를 알지 못하는 순진한 계약자들은 그들이 파놓은 허방다리에 빠지고 마는 것이다.

 

고지의무의 철저한 이행은 보험계약 체결에서 무엇보다 중요하다. 따라서 이를 잡듯이 아주 꼼꼼하게 하여야 한다. 청약서의 계약 전 알릴 의무사항에 기재된 질문내용은 천천히 또박또박 읽어보아야 하며, 나에게 해당되는 사항이 있다면 답변 란의 “예”에다 갈매기(√) 표기를 한 후, 아무리 사소한 것일지라도 전부 자필로 기재하여야 한다. 청약서의 계약 전 알릴 의무사항 질문내용들은 보험회사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거의 대동소이하다. 청약서 계약 전 알릴 의무사항의 질문내용들은 다음과 같다.

 

① 최근 3개월 이내에 의사로부터 진찰, 검사를 통하여 진단을 받았거나 그 결과 치료, 입원, 수술, 투약(약물복용 포함)받은 사실이 있습니까?

이 질문의 핵심은 계약체결일을 기준으로 하여 직전 3개월 이내에 피보험자가 진단을 받았거나 그로 인하여 치료, 입원, 수술, 투약 받은 사실이 있는지 여부이다. 해당사항이 있다면 답변 란 “예”에 갈매기(√) 표기를 하고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재하면 된다. 의사로부터 진찰, 검사를 통하여 진단을 받은 것이 있다면 그 진단명을 기재하면 되고, 그로 인하여 치료, 입원, 수술, 투약한 사실이 있다면 그 내용을 한 가지도 빠뜨리지 말고 전부 알려야 한다. 이때 특히 주의해야 할 점은 사소한 것은 알리지 않아도 된다는 설계사의 말에 절대로 속아 넘어가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② 최근 3개월 이내에 마약을 사용하거나 혈압강하제, 신경안정제, 수면제, 각성제(흥분제), 진통제 등 약물을 상시 복용한 적이 있습니까?

피보험자가 계약체결일을 기준으로 하여 직전 3개월 이내에 열거한 6가지 약물 중 어느 한 가지라도 상시 복용한 사실이 있으면 답변 란 “예”에 갈매기(√) 표기를 하고 복용한 약물명과 복용 기간을 사실대로 기재하면 된다. 다만, 상시복용이 아닌 1회성 복용사실은 고지하지 않아도 된다.

③ 최근 5년 이내에 의사로부터 진찰, 검사를 받고 그 결과 입원, 수술, 정밀검사(심전도, 방사선, 건강검진 등)를 받았거나 계속하여 7일 이상 치료, 30일 이상 투약을 받은 적이 있습니까?

피보험자가 최근 5년 이내에 의사로부터 진찰 또는 검사를 받고 그 결과 입원, 수술, 정밀검사를 받은 사실, 계속하여 7일 이상 치료, 30일 이상 투약을 받은 사실이 있으면 답변 란 "예“에 갈매기(√) 표기를 하고 해당 사항을 사실대로 기재하여야 한다. 여기에서 ‘계속하여’란 동일한 질병이나 동일한 상해의 치료를 시작하여 끝날 때까지를 말한다. 치료일수가 7일 미만이거나 투약일수가 30일 미만인 경우에는 고지하지 않아도 무방하다.

④ 최근 5년 이내에 다음과 같은 병명으로 의사로부터 진찰, 검사를 통하여 진단을 받았거나 치료, 투약, 입원, 수술, 정밀검사를 받은 적이 있습니까? 1) 암 2) 백혈병 3) 고혈압 4) 협심증 5) 심근경색 6) 심장판막증 7) 간경화증 8) 뇌졸중증(뇌출혈, 뇌경색) 9) 당뇨병 10) 에이즈(AIDS) 및 HIV 보균

이 질문은 피보험자가 최근 5년 이내에 열거하고 있는 10개 병명 중 어느 한 개라도 진단을 받은 사실이 있는지그로 인한 치료, 투약, 입원, 수술, 정밀검사를 받은 사실이 있는지를 물어보는 것이다. 해당사항이 있다면 답변 란 “예”에 갈매기(√) 표기를 하고 진단명, 치료일수, 투약일수, 수술 여부, 정밀검사 여부 등을 사실대로 기재하면 된다.

⑤ (여성의 경우) 현재 임신 중이거나 제왕절개를 하신 적이 있습니까?

임신( )개월, 제왕절개(시기: 년 월 횟수: 회)

계약 체결일 현재 피보험자가 임신 중이라면 임신 개월 수를 기재하고, 제왕절개를 한 적이 있으면 언제 하였는지 연월을 기재하고 몇 회 하였는지 횟수를 기재하면 된다.

⑥ 현재 눈, 코, 귀, 언어, 씹는 기능, 정신 또는 신경기능에 장애가 있습니까?

⑦ 팔, 다리, 손(손가락 포함) 또는 발(발가락 포함)의 손실, 척추의 변형 등 외관상 신체의 장애가 있습니까?

이 질문은 피보험자에게 현재 신체의 장애가 존재하는지 여부를 물어보는 것이다. 해당사항이 있는 경우에는 답변 란 “예”에 갈매기(√) 표기를 하고 해당 사항을 구체적으로 기재하면 된다.

⑧ 현재 다음과 같은 위험도가 높은 취미를 자주 반복적으로 하고 있습니까? 1) 스쿠버다이빙 2) 행글라이딩, 패러글라이딩 3) 스카이다이빙 4) 수상스키 5) 자동차, 오토바이 경주 6) 번지점프 7) 빙벽, 암벽등반 8) 제트스키 9) 래프팅

이 질문의 핵심은 현재 피보험자가 열거하고 있는 9가지 위험한 취미자주 반복적으로 하고 있는지 여부이다. 해당사항이 있다면 답변 란 “예”에 갈매기(√) 표기를 하고 나서 어떠한 취미인지 표기를 하면 된다. 어쩌다 한번 1회성으로 하였던 것은 고지하지 않아도 되고, 자주 또는 반복적으로 하고 있는 것만 고지하면 된다.

⑨ 현재 운전을 하고 있습니까? 용도는? 차종은?

⑩ 근무처(회사명)와 직책 그리고 하시는 일(구체적으로 기재)은?

피보험자가 계약 체결일 현재 운전을 하고 있는지를 묻는 것이므로 운전면허는 소지하고 있지만 실제로 운전하고 있지 않다면 답변 란 “아니오”에 갈매기(√) 표기를 하면 되고, 과거에 운전을 했더라도 현재 운전하고 있지 않으면 “아니오”에 갈매기(√) 표기를 하면 된다. 현재 운전을 하고 있다면 답변 란 “예”에 갈매기(√) 표기를 한 후 ‘영업용’인지 ‘비영업용’인지 해당사항에 표기해야 하고, 운전하고 있는 차량이 어떤 차량인지도 기재하여야 한다. 피보험자의 근무처(회사명)는 사실대로 기재하면 되고, 하는 일은 구체적으로 기재하면 된다. 예를 들어 ‘대한택시’라는 택시회사에 근무한다면 회사에서 경리업무를 보는지, 자동차 정비 업무를 보는지, 택시운전을 하는지, 구체적으로 기재하여야 한다는 말이다.

⑪ 부업 또는 겸업, 계절적으로 종사하는 업무가 있습니까?

⑫ 해외 위험지역(전쟁지역, 열대, 한대 등 미개척지, 등반산악지대 등)으로 출국할 예정이 있습니까?

⑬ 음주여부와 1주일간의 음주 횟수, 1회 음주량은?

⑭ 흡연여부와 1일 흡연량, 흡연기간은?

⑮ 신장과 몸무게는?

⑯ 다른 보험회사에 생명보험 또는 장기손해보험을 가입하고 있습니까?

⑰ 거주환경(자가, 전세, 월세, 기타)과 월평균 소득 금액은?

위 질문들은 앞에서 한 ①~⑩번 질문에 비하여 덜 중요한 사항이지만 그래도 훗날 보험사고가 발생하고 보험금을 청구할 때 보험회사가 꼬투리를 잡을 수 있으므로 솔직하게 기재하여야 한다.

 

좋은 보험을 가입하기 위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계약 전 알릴 의무의 철저한 이행이다. 이 잡듯이 꼼꼼하게 이행해야 함은 물론이고, 꼭 기억하고 있어야 할 것이 하나 있다. 설계사에게 구두로 알린 답변은 효력이 전혀 없다는 사실이다. 설계사는 말 그대로 보험을 모집하는 중개인에 불과하여 고지의무 수령권도 없고, 계약 체결권도 없기 때문이다. 단순히 보험료 수령권만 있을 뿐이다. 대법원 판례도 "보험청약서에 기왕병력을 직접 기재하지 아니하고 설계사에게 이를 말한 것만으로는 위 기왕병력을 보험회사에게 고지하였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1979. 10. 30. 선고 79다1234 판결)고 판시하여 설계사의 고지 수령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예를 들면 피보험자가 고혈압, 당뇨병으로 진단받은 사실을 설계사에게 구두로만 알리고 청약서 답변 란에는 기재하지 않았다면 그것은 고지한 것이 아니다. 그런 식으로 보험을 가입하려거든 아예 가입을 하지하라. 괜히 돈 낭비다. 어차피 보장도 못 받고, 보험 때문에 고통만 받는다.

상법 651조는 계약자가 보험회사에게 고지해야 할 사항은 ‘중요한 사항’으로 제한하고 있고, 이어서 651조의 2는 “보험자(보험회사)가 청약서의 질문표에서 질문한 사항은 중요한 사항으로 추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때문에 청약서 질문표에서 물어보고 있는 사항은 중요한 사항에 속하는 것이어서, 이에 대하여 알리지 않거나 사실과 다르게 알리면 고지의무 위반이 되고 만다. 통상 고지의무의 대상이 되는 ‘중요한 사항’이란 보험료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사항으로서 그러한 사실을 보험회사가 계약체결 당시에 알았더라면 계약의 인수를 거절하든지 동일한 조건으로는 인수하지 않았을 사항을 말하는데, 청약서 질문사항들은 전부 중요한 사항이라고 보면 된다.

 

모든 보험청약서의 질문사항은 한결같이 깨알보다 작은 글씨로 쓰여 있다. 큰 글씨로 씌어진 질문표는 30년 동안 필자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모든 보험회사들의 속내를 훤히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즉 보험회사들은 계약자가 고지의무를 이행할 때 고의로든 실수로든 제발 고지의무를 위반해주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는 증거이다. 그게 아니라면 벌써 보험회사는 별도의 A4 용지 두세 장에 질문사항을 크게 기재하고, 꼼꼼히 질문을 하면서 고지의무를 수령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보험회사들은 절대로 그렇게 하지 않는다. 설계사와 홈쇼핑 상담원들도 마찬가지다. 대충 두루뭉술하게 예전에 수술이나 입원한 사실이 있느냐고 만 물어본다. 계약자가 “수술이나 입원한 적이 없다.”고 말하면 그 즉시 설계사는 청약서의 질문표에 대한 모든 답변 란 「아니오」에 표기해주라고 말한다. 설계사가 시키는 대로 모든 질문에 「아니오」라고 표기하는 순간, 그 계약자는 보험회사가 은밀히 파 놓은 허방다리에 깊숙이 빠졌다고 보면 틀림없다. 왜냐하면, 청약서의 질문표에는 수술과 입원만 물어보고 있는 것이 아니고, 검사, 진단, 통원, 투약, 약물복용, 신체의 장애 사실 등도 물어보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계약자는 고지의무를 이행할 때 정신을 바짝 차리고 해야 한다. 설계사나 상담원의 고지 방해에 현혹되지 말고, 질문의 내용이 무엇인지 꼼꼼히 읽어보고 이 잡듯 세밀하게 답변하여야 한다. 설계사나 홈쇼핑 상담원은 모집수당 욕심 때문에 고지 내용을 무시하고 무리하게 보험에 가입시킬 수 있으므로 항상 주의해야 한다. 눈이 나빠서 질문 글씨가 잘 안 보이면 돋보기를 사용해서라도 꼼꼼히 읽어보고, 나에게 해당사항이 있다면 단 한 개도 누락시키지 말고 전부 알리기 바란다. 답변을 기재하는 난이 너무 협소하여 알려야 할 사항을 전부 기재하기 힘들면 청약서 가장자리 여백이나 별도의 종이를 이용해서라도 전부 알려야 한다. 그렇게 꼼꼼하게 고지해도 안타까운 일들이 종종 벌어진다. 계약자는 사실대로 알리려고 최선을 다했으나 오래 전의 일이라 기억이 잘 나지 않아 실수로 몇 가지를 누락하는 것이다.

 

상법에서 말하는 고지의무 위반이란 계약자가 고의 또는 중과실로 중요한 사항을 알리지 않은 것만을 말하는데, 대부분의 보험회사들은 통원치료 한두 번 한 것도 알리지 않았으면 고지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생떼를 쓴다. 따라서 이참에 필자는 보험회사로부터 어떠한 트집도 당하지 않고, 고지의무 위반과 관련한 분쟁의 싹을 완전히 제거할 수 있는 확실한 고지의무 이행 방법을 독자들에게 알려주고자 한다. 좀 번거로운 방법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가장 확실한 고지방법이다.

 

내 주소지를 관할하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지사에 들러 최근 5년간 치료내역(요양급여내역)을 떼어달라고 하여 보험청약서에 첨부해서 보험회사에 제출하는 것이다. 이렇게 했어도 보험회사는 훗날 요양급여내역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오리발을 내밀 수 있는 집단이므로 반드시 보험청약서의 계약자, 피보험자 자필서명 란 옆 여백에다 “피보험자의 최근 5년간 국민건강보험공단 요양급여내역을 첨부하였음”이라고 기재하여야 한다. 요양급여내역에는 5년 동안 병원, 의원에 들러서 치료한 내용들이 빼곡히 기재되어 있을 것이므로 그 어떤 보험회사도 계약자에게 고지사항이 누락되었다고 태클을 걸 수 없을 것이다. 다만, 요양급여내역을 첨부한다 할지라도 최근 3개월 이내 치료 사실은 아직 국민건강보험공단 전산에 반영이 안 되어 있을 수 있으므로, 최근 3개월 이내 치료 사실만 기억을 잘 하여 청약서에 알리면 된다.

 

앞에서 필자는 현재의 고지의무 이행방법은 보험회사가 은밀히 파 놓은 허방다리라고 폄하했다. 허방다리란 사람이 토끼나 노루 등 산짐승을 산 채로 잡기 위해 구덩이를 깊이 파고 그 위를 나뭇가지나 잎으로 살짝 덮어 놓은 함정을 말한다. 현재 청약서의 고지방식이 딱 그 식이다. 보험회사들은 자신들이 파 놓은 함정에 가능한 한 많은 계약자들이 빠져 주길 은근히 고대하고 있고, 고지의무의 중요성을 잘 모르는 순진한 계약자들은 설계사나 상담원이 시키는 대로 따라 했다가 십중팔구 발을 헛디뎌 함정에 빠질 수밖에 없는 구조로 되어 있다. 허방다리에 한번 빠지면 죽어도 밖으로 빠져나오지 못한다. 허방다리에 빠진 계약자의 계약은 보험회사가 가장 좋아하는 꿀맛 나는 계약이다. 고지의무를 위반한 계약은 훗날 보험사고가 발생하더라도 보험회사는 계약을 해지하면 그만이고, 보험금 지급 책임도 없기 때문이다. 계약을 해지하기 전까지 보험료만 챙기면 되니 이보다 더 좋은 계약이 세상에 어디 있겠는가.

 

중요한 사항을 알리지 않은 불고지 또는 사실과 다르게 알린 부실고지가 있다 하여 보험회사는 무조건 해당 계약을 해지할 수 있을까? 그건 아니다. 계약자들에게 아주 중요한 이야기이므로 잘 기억해두기 바란다. 보험회사가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계약을 해지하려면 다음 세 가지 요건이 모두 구비되어야 한다. 첫째, 불고지 또는 부실고지 한 사항이 있어야 하고, 둘째, 불고지 또는 부실고지 한 사항이 중요한 사항이어야 하며, 셋째, 불고지 또는 부실고지의 원인이 계약자 또는 피보험자의 고의 또는 중과실 때문이어야 한다. 이 세 가지 요건 중 단 한 가지라도 해당되지 않으면 고지의무 위반이 아니다. 따라서 보험회사는 계약을 해지할 수 없고, 보험금도 지급해야 한다. 불고지 또는 부실고지가 있어 보험회사가 고지의무 위반이라고 주장하면 계약자는 그 불고지 또는 부실고지의 원인이 계약자의 고의 또는 중과실로 인한 것인지, 아니면 설계사의 고의 또는 중과실로 인하여 발생한 것인지 따져 보아야 한다. 계약자는 청약서에 사실대로 답변하였으나 설계사가 영업소로 가지고 가서 청약서를 교체하였거나 답변내용을 변경하여 기재한 뒤 설계사가 계약자의 서명을 대신 한 경우, 계약자가 사실대로 고지하는 것을 방해한 경우, 사소한 것은 고지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설계사가 말한 때에는 그러한 사실을 계약자가 입증만 할 수 있다면 보험회사는 계약을 절대로 해지할 수 없다. 보험회사가 이미 해지했다 할지라도 법적대응을 하여 다시 원상회복 시킬 수 있다.

 

다음의 경우에도 보험회사는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

첫째, 보험회사가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기간을 제척기간이라고 하는데, 이 제척기간이 경과하면 보험회사는 고지의무 위반이 있다 할지라도 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 상법에는 보험계약을 체결한 날로부터 3년, 보험회사가 고지의무 위반 사실을 안 날로부터 1개월이 경과하면 해지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고, 약관에는 보험계약 체결일로부터 보험사고가 발생하지 않고 2년, 보험회사가 고지의무 위반 사실을 안 날로부터 1개월이 경과하면 해지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둘째, 보험계약을 체결할 때 보험회사 직원이나 보험대리점주가 고지의무 위반 사실을 알고도 보험계약을 인수하였다면 보험회사는 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 그러나 설계사의 경우는 다르다. 설계사는 고지수령권이 없기 때문에 설계사가 고지의무 위반 사실을 알고 체결한 보험계약은 보험회사가 해지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구두로 알린 것을 들은 사람이 설계사인지 대리점인지 여부도 중요하다.

셋째, 보험회사의 중과실 때문에 고지의무 위반사실을 알지 못한 경우에도 보험회사는 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

넷째, 보험계약을 체결할 때 보험회사가 보험약관을 교부해주고 약관의 중요한 사항을 설명하지 않은 경우 보험회사는 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 약관을 교부받지 못했고 약관의 중요한 사항을 설명 듣지 못했다는 입증책임은 계약자한테 있다.

다섯째, 청약서의 자필서명을 계약자, 피보험자의 자필로 하지 않고 설계사나 보험대리점주가 대신 한 경우에도 보험회사는 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

 

고지의무 위반의 세 가지 요건 중 계약자, 피보험자의 고의 또는 중과실이란 청약서 질문표에서 보험회사가 묻는 질문에 대하여 알려야 할 사항이 있다는 것을 계약자가 알고 있으면서도 일부러 알리지 않거나 질문내용을 조금만 주의를 기울여 읽어보았다면 쉽게 알릴 수 있었을 텐데 주의를 게을리 하여 알리지 못한 것을 말한다. 고지의무란 보험회사의 질문에 대하여 알고 있는 사항만 알리면 되는 것이지, 계약자, 피보험자가 모르고 있는 사항까지 탐지하여 알려야 할 의무는 아니다. 그리고 앞에서도 언급했다시피 불고지 또는 부실 고지한 사항이 '중요한 사항'이 아니라면 그것도 고지의무 위반이 아니다.

 

자, 이제 고지의무에 관련하여 정리를 해보겠다. 계약을 체결할 때 계약 전 알릴 의무, 즉 고지의무는 이 잡듯이 꼼꼼하고 철저하게 할 것이며, 설계사에게 구두로 알려서는 안 되고 반드시 계약자 또는 피보험자의 자필로 청약서에 직접 기재하여야 한다. 그리고 제척기간이 경과하였거나 보험회사 직원, 대리점주, 설계사의 고의 또는 중과실로 인하여 발생한 고지의무 위반은 보험회사가 계약을 해지할 수 없으며, 불고지, 부실 고지한 사항이 '중요한 사항'이 아닌 때에도 보험회사는 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험회사가 계약을 해지하거나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독자는 보험전문가나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서 적절한 법적대응을 하기 바란다.

 

앞에서 본 두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고지의무 위반의 세 가지 요건 중 하나라도 흠결이 있으면 그것은 고지의무 위반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보험회사에게 알리지 않은 사항이 중요한 사항이 아니라면 고지의무 위반이 아니다. 예를 들어 감기몸살이 났거나 돌부리에 걸려 넘어져 하루 이틀 병원에 가서 주사 한 대 맞고 약 복용한 것이라면 알리지 않았어도 고지의무 위반이 아니라는 말이다. 하지만 진단명을 알 수 없어 심전도 검사, 근전도 검사, X-ray, CT, MRI, PET촬영, 초음파검사 등을 실시하였다면 그러한 내용은 중요한 사항에 속하므로 반드시 보험청약서 질문표의 답변 란에 사실대로 알려야 한다.

 

고지의무는 철두철미하게 이행해야 한다. 보험청약서를 작성할 때 청약서의 ‘계약 전 알릴 의무’란에 기재된 여러 가지 질문들을 꼼꼼히(필자는 이 부분을 더 강조하고 위하여 ‘이 잡듯이 아주 섬세하게’로 표현하고 싶다) 읽은 다음, 나에게 해당하는 사항이 있으면 질문표의 오른 쪽 답변 란에 사실대로 기재하면 된다. 즉 언제, 어느 병원에서, 무슨 질병으로, 얼마 동안, 어떻게 치료받았는지, 자세히 고지하면 된다. 이보다 더 완벽하게 고지의무를 이행하고 싶다면 나의 주소지 관할 국민건강보험공단 지사에 들러 직전 5년 동안의「요양급여내역」을 발급받아 청약서에 첨부하면 된다. 이때에도 보험회사가 훗날 우리는 요양급여내역을 받은 적이 없다고 오리발을 내밀 수 있으므로, 청약서 자필서명 란 주위 여백에다 계약자의 자필로 “계약자 갑돌이는 피보험자 갑순이의 직전 5년간의 국민건강보험공단 요양급여내역을 별첨함”이라고 꼭 기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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