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좋은보험 나쁜보험 이상한보험회사> 95-103페이지, 2015. 11. 26. 지식과감성출판사 출판
염 모씨는 경남 김해에 사는 48세 가정주부다. 2010년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8월 8일 일요일이었다.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푹푹 찌는 여름날이었다. 그녀는 남편과 두 명의 자녀 그리고 여섯 명의 이웃들과 함께 경남 미량에 있는 얼음골 계곡으로 물놀이 피서를 떠났다. 계곡에 도착한 그녀는 일행들과 함께 시원한 계곡물에 들어가 물놀이를 하면서 다슬기를 잡는데 여념이 없었다. 그러다가 물속에 있는 이끼 낀 미끄러운 돌을 밟아 균형을 잃고 뒤로 나자빠지는 사고를 당하였다. 사고 당시에는 허리와 엉덩이에 가벼운 통증만 있을 뿐 별다른 이상이 없었다. 집으로 돌아온 다음날 허리와 다리가 조금 뻐근하였으나 염 씨는 물놀이 갔다 온 후유증이려니 생각하고 그냥 지나쳤다. 그러나 증상은 5일이 지나도 가라앉지 않고 오히려 악화되었다. 그녀는 정밀검사를 받아보고자 8월 14일 김해시 삼정동에 있는 감청수병원을 방문하여 CT와 MRI 촬영을 해보았다. 검사결과는 요추 염좌와 요추 추간판 탈출증이었다. 그녀는 허리통증과 다리 저림 현상이 심하여 3주간 입원치료를 받고 퇴원하였다. 그래도 호전이 없자 그녀는 9월 28일 병원에 다시 입원하여 요추 후궁절제술 및 디스크 제거수술을 받고 4주간 입원치료를 받았다.
수술을 하고 6개월이 지나 그녀는 보험약관의 장해등급분류표상 제6급장해인 ‘경도의 추간판 탈출증’에 속한다는 후유장해진단서를 교부받았다. 그녀는 병원에서 떼어준 수술확인서와 후유장해진단서를 S생명보험주식회사에 제출하고 재해수술비와 제6급장해의 재해장해급여금을 청구하였다. 그러나 S생명은 그녀의 장해가 재해로 인한 것이 아니고, 예전부터 진행되어 오던 퇴행성 병변으로 인한 것이라며 재해장해급여금 지급을 거절하였다. 여기서 재해란 생명보험약관에 기재된 보험전문용어로서 급작스럽고 우연한 외래의 사고를 말한다. 생명보험약관의 재해는 손해보험약관의 상해와 같은 말이다.
이에 염 모씨는 필자에게 전화를 걸어 S생명의 보험금 지급거절이 적법한 것인지 물어보았다. 필자는 그녀에게 보험가입증서(보험증권), 보험약관, 진단서, 의무기록사본, 후유장해진단서를 팩스로 보내달라고 하여 자세히 검토해보았다. 그녀가 가입한 보험은 6년 전에 가입한 S생명의 무배당 리빙케어 종신형 보험계약이었다. 보장내용을 보니까 재해로 인하여 제6급 장해진단을 받았을 때에는 재해장해급여금으로 15,000,000원, 재해로 인하여 수술을 받았을 때에는 수술비로 1,000,000원을 지급한다고 되어 있었다.
그녀는 물놀이를 갔다가 미끄러져 넘어지는 사고를 당하였고, 그 때문에 요추 염좌와 요추 추간판 탈출증이라는 진단을 받았으며, 이를 치료하고자 요추 후궁절제술과 디스크제거술을 받았고, 그 결과 제6급 후유장해진단을 받은 것이기 때문에 S생명은 그녀에게 재해장해급여금 15,000,000원과 수술비 1,000,000원을 합하여 16,000,000원의 보험금을 지급할 책임이 있었다. 진단서의 진단명 오른 쪽에 기재된 질병분류번호에는 S33으로 기재되어 있었다. 질병분류번호 S란 손상 및 외부요인에 의한 결과를 의미한다. 보험계약 체결 연도는 2004년이었다. 2005년 4월 1일 생명보험약관과 손해보험약관의 장해등급분류표 및 장해등급 판정기준이 통합 개정되기 이전에 체결한 생명보험계약이어서 설사 기왕증, 퇴행성 병변이 장해에 일부 기여했다 할지라도 그 기여도만큼 보험금을 감액하여 지급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생명은 무조건 퇴행성 병변 때문에 발생한 장해이므로 보험금을 한 푼도 지급할 수 없다고 억지를 부리는 것이었다. 필자는 S생명을 상대로 보험금 청구의 소를 제기하라고 말해주었다.
그녀는 수중에 돈이 없어 변호사 선임은 부담된다며,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고 소장과 준비서면만 작성해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필자는 서면만 작성해주는 대신 변론기일에는 그녀가 직접 법정에 출석하여 변론하는 방법으로 재판을 진행하면 된다고 말해주었다. 필자는 소장을 작성하여 창원지방법원 김해시법원에 제출해주었고,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다음과 같은 내용의 준비서면을 작성하여 제출하였다. 2005년 4월 1일자로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의 보험약관 및 장해등급분류표가 통합 개정되었다는 사실을 언급하고, 개정 전․후의 약관 장해등급분류표를 서증으로 제출하였다. 개정된 약관의 장해등급분류표 장해판정 기준에 따르면 생명보험과 손해보험 모두 척추체(등뼈)의 장해보험금에 한하여만 사고 기여도와 기왕증, 퇴행성 병변 기여도를 측정하여 기왕증 기여도만큼 삭감하여 지급할 수 있다. 하지만 그녀가 체결한 보험계약은 2005년 4월 1일 이전에 체결된 생명보험계약이고, 개정 전 생명보험약관에는 척추체 장해보험금을 지급할 때 기왕증 기여도만큼 보험금을 삭감하여 지급한다는 규정이 없었음을 강조하였다. 이 사건 장해발생 원인은 그녀가 물놀이 갔다 미끄러져 다친 것이므로 급작스럽고 우연한 외래의 사고, 즉 재해가 명백하다고 주장하였다.
그녀는 물놀이 가서 척추를 다치기 전에는 단 한 번도 척추를 치료한 사실이 없었다. 우리는 원고주장 사실을 입증하기 위하여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직전 5년 동안의 요양급여내역을 문서송부촉탁 신청하였다. 그녀가 치료했던 병원에도 사실조회를 신청하였다. 같이 놀러갔다가 그녀의 사고를 목격했던 이웃 두 명을 증인으로 신청하여 재해 발생사실도 입증하였다.
그녀는 1심에서 전부 승소하였다. 그녀는 청구한 보험금 16,000,000원 전액과 보험사고 발생일로부터 지급일까지의 지연이자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S생명은 판결문을 송달 받은 날로부터 14일이 지나도록 항소를 하지 않았다. 재판은 확정되었다. 설사 S생명이 항소했다 할지라도 S생명은 항소심에서 그녀의 장해가 재해로 인한 것이 아니라 질병으로 인한 것이라는 사실을 입증해야만 하는데, 입증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항소를 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녀는 S생명으로부터 보험금 1,600만 원 및 지연이자를 다 받고, 소송비용액 확정 신청까지 하여 소송비용도 다 받아 내었다.
염 모씨의 사례가 주는 교훈은 이렇다. 계약자는 보험회사가 보험금을 지급하지 못하겠다고 말할 때 그 말을 액면 그대로 믿어서는 안 되며, 겁먹거나 위축해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장해가 재해로 인한 것이 아니고 질병으로 인한 것이기 때문에 재해수술비와 재해장해급여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S생명의 보험금부지급결정 통지서를 받고서 그녀가 보험금 청구를 포기했다면 1,600만 원이라는 돈은 어떻게 되었을까. 고스란히 S생명 주주들의 기름진 배를 더 기름지게 만들어주는데 사용되었을 것이다. 여기서 잠깐, 보험금 청구소송을 할 때 꼭 기억하고 있어야 할 것이 하나 있다. 보험사고 발생일로부터 2년이 경과하면 어떠한 보험일지라도 보험금 청구권 소멸시효가 완성되므로 보험금을 청구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즉 청구만 했더라면 지급받을 수 있었을 보험금일지라도 보험금 청구권 소멸시효 2년이 경과했다면 청구조차 할 수 없다는 말이다. 따라서 보험금 청구소송을 제기하려면 보험사고 발생일로부터 만 2년이 경과하기 전에 하여야 한다. 보험사고 발생일이란 사망보험금은 사망한 날을 말하고, 암 진단 보험금은 최초로 암 진단서를 교부받은 날, 입원비 일당은 퇴원한 날, 의료실비는 병원에 진료비를 지불한 날, 장해보험금은 후유장해진단서를 교부받은 날, 수술비는 수술한 날을 말한다.
염 모씨 사례에서 보았듯이 대부분의 보험회사들은 피보험자가 재해나 상해로 경추(목뼈)염좌, 요추(허리뼈)염좌, 경추 추간판 탈출증, 요추 추간판 탈출증, 척추체 골절 진단을 받으면 이건 재해 또는 상해로 인한 것이 아니고 기왕증 또는 퇴행성 병변으로 인한 것이라고 우기는 경우가 다반사다. 보험료는 꼬박꼬박 받아가 놓고 약속한 보험금은 주기 싫은 것이다. 척추체란 등뼈 전체를 말한다. 등뼈는 경추(목뼈) 7개, 흉추(가슴뼈) 12개, 요추(허리뼈) 5개, 미추(꼬리뼈) 1개로 구성되어 있다. 경추나 요추 추간판 탈출증은 주로 정면충돌이나 후미추돌의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 빈발한다. 즉, 외력(外力)에 의하여 척추 추간판의 수핵이 섬유륜을 찢고 후방으로 탈출하여 신경근을 압박해서 각종 증상을 일으키는 상해이다. 염좌는 척추체 관절에 정상 운동범위 이상으로 큰 힘이 가해질 때 관절을 지지하고 있는 인대나 관절낭이 늘어나거나 찢어져서 발생하는데 추간판 탈출증 보다는 조금 가벼운 상해이다. 우리가 흔히 삐었다고 말하는 것이 바로 이 염좌이다. 경추나 요추 수핵탈출증이란 경추나 요추 추간판 탈출증과 같은 말이다. 등뼈의 상해 중에서 가장 중한 상해는 척추압박골절이다. 척추압박골절은 높은 곳에서 추락할 때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보험회사 직원들이 등뼈의 상해나 장해가 재해로 인한 것이 아니고 기왕증 또는 퇴행성 병변으로 인한 것이라고 우길 때 그들이 내미는 문서가 있다. 보험회사 자문의사가 작성해준 의료자문서이다. 그들이 내미는 의료자문서 기재내용을 살펴보면 거의 대부분이 사고 기여도는 몇 % 안 되고, 기왕증 기여도는 상당히 높게 기재되어 있다. 예를 들면, 사고 기여도는 20% 기왕증 기여도는 80%, 사고 기여도는 30% 기왕증 기여도는 70%, 이런 식이다. 자문의사가 환자를 직접 보지도 않고 환자의 의무기록만 보고 작성해준 것이다. 보험회사 직원은 그 의료자문서 기재내용을 근거로 들면서 기왕증 기여도가 80%이므로 보험금의 80%는 공제하고 20%만 지급하겠다고 주장하거나 사고 기여도가 10-20%밖에 되지 않으므로 이는 재해분류표의 단서조항인 경미한 외부요인에 속하는 것이어서 재해로 볼 수 없는 사고이므로 재해장해급여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어깃장을 놓는다.
이때 많은 계약자들이 이렇게 생각한다. 보험회사 자문의사도 의사면허가 있는 사람일진데 설마 근거 없이 의료자문서를 작성해주었겠느냐고. 그렇게 생각한 나머지 아예 보험금 청구를 포기하거나 기왕증 기여도만큼 보험금을 삭감지급 하는 것에 대하여 동의해주는 계약자들이 의외로 많다. 하지만 정말 어리석은 행동이다. 염 모씨 사례에서도 보았지만 보험회사는 그녀에게 퇴행성 병변으로 인하여 장해가 발생한 것이어서 재해장해급여금을 1원도 지급하지 못하겠다고 하였으나 그녀는 소송을 제기하여 보험금 1,600만 원을 전액 지급받지 않았는가.
환자를 직접 진찰하고 치료한 적이 없는 자문의사가 진단서 등을 교부하는 것은 명백한 의료법 위반이다. 하지만 보험회사 직원들은 문제될 것이 전혀 없다고 말한다. 의료자문서는 진단서가 아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말은 그렇게 해도 의료자문서 말미에 기재된 자문의사의 소속병원, 면허번호, 이름 등은 계약자에게 죽어도 알려주지 않는다. 계약자에게 의료자문서 사본을 교부해줄 때에는 자문의사의 인적사항을 계약자가 알 수 없도록 검은 매직펜으로 새까맣게 칠해버린다. 자문의사들도 마찬가지다. 자기가 도망갈 구멍은 하나쯤 만들어 놓는다. 도망갈 구멍이란 “이 소견서는 환자를 직접 진찰하거나 치료하지 않고 환자의 의무기록만을 보고 작성한 것이어서 추후 환자를 직접 진찰하고 나면 그 내용이 달라질 수 있다.”고 의료자문서 말미에 기재해놓는 것을 말한다. 추후 자신이 작성해준 의료자문서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였을 때 책임추궁을 당하지 않으려고 한 발짝 뒤로 물러선 것이다. 그렇게 하면서까지 돈을 벌고 싶을까. 차라리 환자를 직접 진찰, 검사, 치료한 사실이 없으므로 의료자문서를 작성해줄 수 없다고 솔직하게 말하면 얼마나 좋을까.
보험회사 자문의사들은 보험회사로부터 자문료 몇 십만 원씩 받아먹는 재미로 아무런 생각 없이 의료자문서 작성을 남발하고 있지만, 문제는 그 의료자문서가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삭감하여 지급하는 빌미로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보험회사 자문의사가 보험회사에게 불리한 내용으로 의료자문서를 써줄 리도 만무지만, 사실대로 써 준들 보험회사가 자신에게 불리한 의료자문서를 계약자에게 내밀 어리석은 보험회사 직원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보험회사 자문의사는 보험회사로부터 돈을 받고 의료자문서를 작성해주기 때문에 그들이 작성한 의료자문서는 공정성과 객관성이 결여되어있을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계약자는 보험회사가 제시하는 의료자문서를 절대로 신뢰해서는 안 된다. 필자가 당부하건데, 의학 및 보험지식이 없는 계약자는 의료자문서 기재내용을 놓고 보험회사 직원과 언성 높여 싸울 일이 아니라 보험전문가인 손해사정사나 보험전문 변호사를 찾아가 조력을 받아서 사건을 해결하기 바란다. 보험금 청구를 포기하여 한 푼도 못 받는 것보다는 정당한 보험금을 받아내어 보험전문가에게 수임료를 지불하고 남은 금액을 챙기는 것이 이익이기 때문이다.
보험소송, 교통사고 전문 법무법인 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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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사정사 변운연, 변호사 김국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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