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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좋은보험 나쁜보험 이상한보험"/기타횡포

고지의무(계약 전 알릴 의무) 이행 방법부터 과감히 뜯어 고쳐야 한다

by 변운연 2013. 2. 15.

보험회사는 보험계약자의 고지의무 이행 방법부터 먼저 과감히 뜯어 고쳐야 한다. 필자의 경험에 비추어보면 보험계약과 관련한 분쟁의 과반수이상이 고지의무 위반과 관련하여 발생하고 있다. 일부 보험계약자가 알려야 할 사항을 악의적으로 불고지 또는 부실 고지하는 경우도 있지만, 보험계약자들 대다수는 사실대로 고지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볼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사실대로 알리려고 노력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보험계약자는 자신의 고의 또는 중과실 없이도 보험회사가 파 놓은 고지의무 위반이라는 함정에 자주 빠진다. 보험회사는 고지의무 위반 사실만 발견하면 그 원인이 보험계약자의 고의 또는 중과실인지, 보험설계사의 고의 또는 중과실인지 불문하고 무조건 보험계약을 해지한다. 또 불고지 사항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사소한 것이어도 보험회사는 보험계약을 해지하고, 보험금도 지급하지 않는다.

 

보험계약자의 악의적이고 고의적인 고지의무 위반은 보험회사가 철저히 응징해야 한다. 보험계약은 보험계약 당사자의 최대 선의의 원칙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험회사는 보험계약을 해지하고 보험금도 지급하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보험계약자의 고의 또는 중과실로 인한 고지의무 위반이 아니라면 보험회사는 보험계약을 해지해서도 안 되고, 보험금도 지급해야만 한다.

 

지금 보험회사들이 취하고 있는 고지의무 이행 방법은 과거 컴퓨터 전산시설이 없었을 때의 방법이다. 그러나 이젠 다르다. 관공서나 기업의 모든 업무가 전산화되어 있고, 디지털화 되어 있다. 때문에 고지의무 이행 방법도 그에 걸맞게 대폭 개선해야 한다. 그러나 보험회사들은 개선의 의지가 전혀 없다. 옛날 방식을 그대로 고수하고 있다. 개선을 할 수 없는 커다란 장애물이 있는 것도 아니다. 보험회사들이 마음만 먹으면 지금 당장이라도 바꿀 수 있다. 하지만 보험회사는 바꾸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단 한 가지다. 보험회사들이 이기심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고기를 잡을 때(즉, 고지의무를 이행할 때)에는 큰 그물코의 그물을 던져 많은 고기가 들어오게(대충 고지의무를 수령) 한 다음, 걷어 올릴 때(보험금을 지급할 때)에는 아주 작고 섬세한 그물코로 바꾸어서(고지의무 위반 여부를 이 잡듯이 철저히 조사하여) 못 빠져 나가게 하는 방식이다. 즉, 보험계약을 인수할 때는 언더라이팅(계약심사)을 대충 해서 받고, 보험사고가 발생하여 보험금을 지급할 때는 사소한 고지의무 위반 1건만 있어도 보험계약을 해지하고 보험금도 지급하지 않는 형식이다. 이는 도가 지나친 보험회사의 이기심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어차피 나중에 해지되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을 계약도 우선 보험료 수입이 있으므로 다 받고 보자는 식이다. 해지가 되고 나면 그동안 보험계약자가 불입한 보험료 원금만 돌려주면 되므로 그 이전에 보험료를 가지고 돈놀이해서 이자라도 챙겨보자는 심보다.

 

보험계약자가 보험회사에게 알려야 할 사항이 있으면 그 내용을 보험계약자가 자필로 보험청약서에 기재하는 방식의 현재 고지의무 이행 방법은 옛날 호랑이가 담배 피우던 시절에나 어울렸던 방법이다. 지금은 최첨단 컴퓨터 디지털 시대다. 시대가 바뀌어도 너무 많이 바뀌었고, 이 순간에도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바뀌고 있다. 하지만, 보험회사는 과거 아날로그 방식만 강력하게 고집하고 있다. 마치 지금도 시침과 분침 그리고 초침이 있어야만 시계라 할 수 있고 속에 태엽이 있는 것만 시계라고 할 수 있다고 박박 우기는 것과 같아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 없다.

 

보험계약자가 보험계약을 체결할 때 직전 5년 동안의 치료사실을 보험청약서에 기재하는 대신 직전 5년 동안의 국민건강보험공단 요양급여내역을 제출하겠다고 하면 보험회사는 허락해야 한다. 보험회사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전산에 미처 반영이 안 됐을 수도 있는 최근 3개월 이내의 진찰, 검사, 치료사실만 보험계약자가 보험청약서에 자필로 기재하도록 하면 된다. 모든 사람의 뇌는 시간이 경과할수록 중요한 것이 아니면 대부분을 잊어버리게끔 프로그래밍 되어져 있다. 과거 치료사실도 중요한 것이 아니면 상당수 잊어버린다. 입원치료를 오래 하였다거나 중요한 수술을 하였다면 기억이 영원히 남아 있을 수도 있겠지만, 2-3년 또는 4-5년 전의 모든 치료사실을 보험계약자가 전부 기억할 수는 없다. 때문에 보험계약자의 고의 또는 중과실로 인한 불고지가 아니라 기억이 나지 않아 고지하지 못한 선의의 고지의무 위반도 상당히 많다.

 

하지만 보험회사는 불고지의 원인은 묻지 않는다. 단 한 가지의 불고지만 있어도 무조건 고지의무를 위반했다고 억지를 부린다. 보험회사의 현행 고지의무 방법은 마치 보험계약자가 기억을 해내지 못하여 실수로라도 고지의무를 위반해주길 학수고대하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지워버릴 수 없다. 보험계약은 받을 때 철저히 심사하여 받고, 일단 받았으면 보험사고가 면책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한 약정한 보험금을 시원하게 전액 지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