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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내보험도둑안맞기"/도둑놈보따리속

11. 얼굴 없는 보험회사 자문의사의 엉터리 의료소견서

by 변운연 2021. 11. 10.

블로거 손해사정사 변운연의 유튜브 채널 <보험회사와 맞짱뜨기> 동영상으로 보기

 

보험사고를 당하고 보험계약자가 보험회사에 보험금을 청구하면 보험회사는 보험금을 적게 지급할 목적으로 자기네 자문의사에게 반드시 의료자문을 구합니다. 보험회사 자문의사의 의료자문은 의학 전문가의 소견이라는 이유로 보험회사가 보험금을 부지급 하거나 감액 지급하는데 결정적인 빌미를 제공해줍니다.

 

자문의사들은 보험회사로부터 의료자문 한 건당 얼마씩의 자문료를 지급받습니다. 자문의사는 환자를 직접 만나서 진찰을 하거나 검사도 하지 않은 채 환자의 진료기록만을 검토한 후 의료자문을 해주고 있는데, 이러한 의료자문서를 과연 믿을 수 있을까? 절대로 믿을 수 없다. 얼굴 없는 보험회사 자문의사들은 도대체 어떤 의사들일까?  

 

보험회사 자문의사들의 횡포에 대하여 2007년 9월 7일 KBS TV ‘이영돈 PD의 소비자고발’이라는 프로그램이 낱낱이 고발한 적이 있습니다. 그 내용을 한번 살펴 봅니다. 

 

모 대학병원에서 뇌혈관이 막혀 조직이 죽어가는 뇌경색 진단을 받았다는 L씨는 10년간 보험료를 내 온 보험회사에 보험금을 청구했습니다. 하지만 보험회사는 보험금 지급 통보가 아닌 보험금 지급거절 통보를 보내왔습니다. 이유인즉슨 보험회사가 의뢰한 자문의사의 의료자문 결과 뇌경색이 아니라는 것. 하지만 L씨는 그 자문의사를 만난 적이 없었습니다.

 

L씨는 왜 이런 자문결과가 나왔는지 알아보기 위해 보험회사에게 그 자문의사가 누구인지 확인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보험회사는 이마저도 거절했습니다.

 

이에 대해 보험회사는 환자를 직접 보지는 않았지만 환자의 진료기록을 검토한 후 작성한 것이라고 의료자문서에 명시되어 있으며, 이는 어디까지나 참고용 자료이기 때문에 자문의사의 의료자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이 의료자문서가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는 근거로 사용됐다면 더 이상은 참고용 자료가 아니지 않을까?

 

도대체 어떤 의사가 왜 이런 진단을 내린 것인지 알고 싶다는 L씨. 소속 병원과 이름도 모르는 의사의 의료자문이 보험금 부지급 결정에 결정적인 근거가 되고 있다니 참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보험회사 자문의사들의 이런 의료자문 때문에 보험금을 전혀 지급받지 못하거나 부당하게 삭감된 보험금을 지급받고 있는데, 이런 환자들의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걸까요?

 

다음은 보험계약자가 보험금을 청구했을 때 사고조사를 한다며 나온 보험회사 직원이 보험금을 수령하려면 꼭 필요한 서류라며 보험계약자에게 내미는 문서인데 제목을 보면 위임장입니다.

 



                       진료기록 사본발급 및 사고조사 위임장

확인
대상자


성명

주민등록번호


주소

위임
받는
사람


성명

주민등록번호


주소

위임내용 * 병원 진려기록& 필름(X-ray, CT, MRI 등)의 열람 및 복 사
* 진료확인서, 소견(진단)서, 제반 임상학적 상태에 대한 의 학적 소견, 심의내용 확인, 제3의료기관 의료자문 등
* 경찰,검찰,법원,소방서,동사무소,학교 등 관공서 기록 열람 복사
* 공적기관(근로복지공단, 국민연금관리공단, 건강보험공단 등) 확인
* 타사 가입사항 및 사고 조사내용(과거 조사 및 처리 내용 등) 확인
* 자동차보험 사고처리내용 확인 및 복사(과거사고 포 함)
* 출입국사항에 대한 기록 열람 복사(필요시)
* 핸드폰 통화기록 열람 복사(필요시)
* 기타( )
위임사유 보험금 청구에 따른 조사확인 관계
의료법 제20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본인의 진료기록 사본 발급 및 공적기관 외 관련하여 제반 기록의 열람, 복사를 위와 같이 위임합니다.
                                            2012년   월   일
                                                위임하는 사람 :

구비서류 :
다른 사람의 인장 도용 등에 의해 허위로 위임장을 작성하여 신청하는 경우 형법 제231조와 제232조의 규정에 의하여 사문서 위, 변조죄로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게 됩니다.


보험업법 및 관계법령에 의거 보험자와 보험계약자 및 피보험자의 중간 입장에서 성실히 조사할 것을 확약합니다.

 

 

환자가 이러한 위임장에 쉽게 동의하는 순간부터 이미 분쟁의 소지를 안고 있다고 보아야 합니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한 채 위임장에 그냥 서명을 해 줍니다. 심지어 자신이 어떤 내용들에 대하여 동의한 것인지 모르고 있다가 문제가 발생되고 나서야 보험회사가 위임장을 보여주어 아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유는 보험회사가 피보험자들에게 이 위임장이 어떤 용도로 쓰이고 이 자료를 토대로 한 자문결과가 피보험자가 원하지 않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설명하지 않은 채 보험금을 받기 위해 필요한 서류라고만 설명하기 때문입니다. 

 

실제 의료자문을 구하는 동의서를 보면, 의료자문에 대한 동의 내용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동의사항 중 하나일 뿐이고, 이 모든 내용을 한꺼번에 동의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환자들은 보험금을 받기 위한 절차라고 하니 꼼꼼히 따져보지 않고 무조건 동의했다가 낭패를 겪는 것입니다.

 

보험회사의 편의만을 위해 일방적, 포괄적으로 요구되는 위임장이 문제이며 편법적인 의료자문 관행과 분쟁의 시작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이러한 일방적, 포괄적 위임장이 안고 있는 여러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이영돈 PD의 소비자 고발’은 전흥렬 PD가 전문가의 자문을 토대로 새롭게 만든 ‘의료자문동의서’도 제시하고 있는데 한번 살펴봅니다. 이 의료자문동의서는 전흥렬 PD의 블로그에서도 다운받을 수 있습니다.

 

 
                                    의료자문 동의서


- 의료자문과 관련해 동의하는 사항에만 체크해 주십시요.
(이 동의 내용은 아래에 명시된 의사의 의료자문에만 해당합니다. 만일, 환자의 진료기록이 동의한 내용과 다른 용도로 사용될 경우 의료법 위반으로 처벌됩니다.)


1) 보험금 지급을 위한 객관적인 심사과정으로 본인의 주치의가 아닌 전문의 (         )에게 자문을 구하는 데 동의합니다. 


2) 환자의 진단서를 발급한 의사나 전문의 (         )에게 의료자문을 구할 때
해당의사를 환자 본인이 직접 만나겠습니다. 


3) 의료자문에 본인이 직접 동행하지 않을 경우, 보험회사가 본인의 진료기록을 열람, 복사해 전문의 (           )에게 의료자문을 구하는 것에 동의합니다. 


4) 이 동의서에 명시되지 않은 의사에게 자문을 받을 경우, 동의서는 새로 작성합니다.


                                                          2012년   월    일




                                                         ㅇㅇㅇ보험회사 담당자 서명


                                                         환자 ㅇ ㅇ ㅇ 서명

 

 

이 의료자문동의서는 일단 환자들이 자신의 서명을 통해 의료자문을 받게 된다는 사실을 확실히 인식시키기 위해 제목부터 ‘의료자문동의서’로 바꾸었습니다.

 

보험회사들이 사용하는 기존의 동의서는 한꺼번에 여러 가지 사항을 동의하도록 되어 있었지만, 위 의료자문동의서는 의료기록의 열람과 복사를 할 것인지, 의료자문을 받을 것인지, 내가 직접 보험회사와 동행해 자문을 받을 것인지 등에 대해 각각 동의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각각의 항목에 대한 서명이 어떤 의미를 낳는지 꼼꼼히 따져보고,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또 더 필요한 조항이 있다면 보험회사와 논의해 항목을 추가할 수도 있습니다. 특히, 자문을 구하는 의사가 처음부터 누구인지 명시하고 원한다면 환자가 보험회사 직원과 함께 직접 동행해 자문을 구할 수도 있어, 이후 자문결과의 투명성도 강화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환자만 이 내용에 동의하고 서명했지만 이 동의서는 보험회사도 함께 서명을 하고 각자 이 서류를 보관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혹시라도 의견이 엇갈리게 되는 경우 이 서류를 확인해 시비를 가리는 기초 자료로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동의의 과정에서 피보험자가 의료자문에 대한 진정한 동의가 이루어졌느냐 하는 것입니다. 보험회사는 이 절차가 불편하기 때문에 기존의 관행을 쉽게 바꾸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불합리한 위임장에 서명만 해줄 수는 없지 않습니까?

 

이렇게 구체적인 문항들이 작성된다면 그 과정에서 환자도 충분한 이해가 가능할 것이고, 내가 바라는 의료자문 동의서를 당당히 요구하는 것, 이것은 보험소비자의 당당한 권리입니다.

 

보험회사 자문의사의 의료자문은 환자인 피보험자도 시인할 수 있는 합법적이고 객관적인 의료자문이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보험회사 횡포의 단면을 잘 보여주었으며, 그에 대한 보험계약자들의 대처 방법까지 친절히 안내해준 유익한 교양프로였다고 생각합니다.

 

보험소송 전문 법무법인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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