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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내보험도둑안맞기"/도둑놈보따리속

18. 생명보험회사들의 상장차익 독식 행위

by 변운연 2012. 7. 10.

 

18. 생명보험회사들의 상장차익 독식 행위 

 

생보사 상장위원회는 20여 년 동안 생명보험회사의 상장 문제를 둘러싸고 상장을 할 경우 발생되는 수 십 조원의 상장차익이 누구의 몫이냐 하는 문제로 골머리를 앓아 왔습니다. 보험회사 주주들의 몫이냐? 아니면 보험계약자들의 몫이냐? 이것저것도 아니라면 당사자 간 배분율은 어떻게 할 것이냐?에 관한 문제였습니다.

 

보험회사와 보험계약자들은 이 문제를 놓고 팽팽한 대결양상을 보여 왔습니다. 상장을 하게 되면 삼성생명은 14조원, 교보생명은 7조원 가량의 상장차익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생보사의 상장문제 거론은 19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0년 당시 정부는 생명보험회사는 주식회사와 상호회사의 성격이 혼합돼 있다고 밝히고, 그런 맥락에서 상장을 전제로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의 자산을 재평가해서 그 차익의 30%만 주주가 갖고 나머지 70%는 보험계약자에게 주도록 지시하였다. 하지만 두 회사는 30%는 주주가 갖고 보험계약자들에게는 40%만 배당 형식으로 나누어 주었을 뿐, 나머지 30%는 자본금 항목에 넣어버렸다.

 

 

이에 대해 세종대학교 교수 J씨는 “만약에 생명보험회사가 일반 상법상의 주식회사라고 한다면 재평가차익은 당연히 100% 주주 몫이 맞죠. 하지만 정부가 나서서 재평가차익의 70% 가까이를 보험계약자에게 주라고 한 것은 정부 자체가 우리나라 생명보험회사는 상법상의 순수한 주식회사가 아니다 라는 것을 분명히 인정한 것이다.”라고 말한다.

 

 

1990년 당시 추진된 생보사 상장은 주식시장이 침체됐다는 이유에서 연기되었다가 1999년 삼성자동차의 부채를 이건희 회장이 삼성생명주식으로 대신 갚겠다고 하면서 상장문제가 다시 불거졌다. 이 때 금융감독원 산하에 구성된 첫 번째 상장자문위원회는 상장차익의 일정부분을 보험계약자에게 주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했으나 보험업계의 반대로 상장은 또 연기되었다.

 

 

2003년의 2차 상장자문위원회 역시 보험계약자 몫을 인정해야한다고 결론지었다. 하지만 보험업계는 또 받아들이지 않았다.

 

 

2007년 1월 초 증권선물거래소 산하에 구성된 상장자문위원회는 과거 자문위원회들과는 전혀 다른 결론을 내린다. 상장차익은 순전히 주주들의 몫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보험계약자들에게 한 푼도 줄 필요가 없다고 결정지었다. 생명보험회사가 주식회사이냐 상호회사이냐에 따라 상장차익의 배분은 틀려지는데 엄연히 생명보험회사는 상법상 주식회사이기 때문에 상장차액은 모두 주주의 몫이라는 것이 생보사 상장자문위원장의 주장이다. 이처럼 주식회사로 인정하면 상장차익은 전액 주주에게 가지만 상호회사로 인정하면 계약자들의 몫도 인정되는 것이다.

 

 

실제 상호회사였던 미국의 메트라이프 보험사도 지난 2000년에 상장을 하면서 발행주식의 65%를 1,200만 보험계약자에게 나누어 주었다.

 

 

권오규 재정경제부 장관은 2006년 10월30일 재경위 국정감사에서 생명보험회사의 성격을 묻는 민주노동당 국회의원 심상정 의원에게 주식회사적인 성격과 상호회사적인 성격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경실련과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우리나라 생명보험회사들은 주주와 보험계약자 돈을 명확히 구분하지 않고, 자본이 잠식됐을 때 보험계약자의 돈을 자본금으로 넣기도 했으며 주식회사에 걸맞는 배당기준을 갖고 있지도 않았기 때문에 상호회사적인 성격이 짙다고 주장을 하고 있다.

 

 

한국 금융연구원의 박사 L씨는 “유배당 보험상품을 팔면서 배당이 적정히 안 되고, 유배당 보험상품에 나타나는 이익이 보험계약자에게 갈 것을 주주 몫으로 이용되어 한마디로 보험계약자가 준 주주역할을 해오지 않았나 생각을 한다.”고 말한다.

 

 

또한 한성대 교수 K씨는 상장자문위원들이 독자적인 어떤 기준 하에서 판단하였다 라기보다는 그 당시 이 문제에 대해서 책임을 지고 있는 금융감독 당국의 생각이 어떠하냐? 특히 금융감독기구의 수장인 금융감독위원장의 태도가 어떠냐에 따라서 자문위원회의 결론은 많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여기에 상장자문위원회 위원 구성도 문제라는 것이다. 2007년 상장자문위원회의 위원 9명 중 6명이 생명보험회사와 관련된 경력을 지닌 사람들이었고, 중립을 위한다며 정부나 시민단체 사람은 제외시키면서 나머지 위원들을 이런 식으로 구성한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경희대 교수 K씨는 “실질적으로 상장자문 위원들이 보험계약자를 위해서 활동했던 경력이 전혀 없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보험계약자를 위해서 했다라고 믿을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까 그런 결과가 나오는 것 아니냐? 지금 왜 그런 결과가 나왔는지는 검증을 해봐야 돼요. 분명히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검증을 거부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이건 문제가 있어도 크게 있는 거죠.”라고 말한다.

 

 

일부에선 생명보험회사들이 전방위 로비가 주효했을 것이라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생명보험회사들은 상황에 따라 입장을 바꿔왔다.

 

90년대 중반, 삼성그룹에서 제일제당이 분리될 때 제일제당이 삼성생명의 주식을 20만원에 매입해 달라고 요구하자 삼성측은 삼성생명의 재산은 주주의 것이라기보다는 보험계약자들의 자산이라며 거절했다. 이 때만 해도 보험계약자의 몫에 무게를 두고 있었던 것을 보면 제 정신이었던 것 같다.

 

 

교보생명의 경우 2003년 신창재 회장이 교보생명이 상장되면 자신의 몫을 공익기금으로 내 놓겠다며 계약자 몫을 인정하라는 당시 상장자문위원회 방안을 수용할 뜻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교보생명도 지금은 공익기금 얘기를 꺼내지 않고 있다.

 

 

보험계약자들의 입장에 서 있는 시민단체들은 계약자 몫을 무시한 채 지금의 상장자문위원회 결론을 밀어붙이면 소송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보험소비자단체인 보험소비자연맹의 조연행 사무국장은 헌법소원도 생각하고 있으며, 또 무리하게 상장을 할 경우에는 상장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상장금지가처분 신청을 낼 수도 있고 또한 보험계약자들이 여태까지 배당을 받았어야 되는데 못 받은 미지급 배당금에 대한 청구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고 말하고 있다. 보험소비자연맹은 2007년 6월 현재 생보상장대책위를 결성해 놓고 ‘생보 상장 전 계약자 몫 찾기 100만 계약자 참여운동’을 펼치고 있다.

 

생명보험협회 역시 한 치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필자의 견해는 이렇다. 보험회사는 상법상 주식회사이지만 일반 주식회사와 근본부터가 다르다. 보험 산업은 다른 산업에 비해 공공성과 사회성이 강하다. 그래서 보험회사의 자산운용은 보험업법에 의해 규율을 하고 있고 엄격한 관리, 감독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일반 기업은 자기 자본과 부채를 합한, 즉 자산을 운용하여 얻은 자산운용수익률, 즉 영업외 이익과 영업이익을 합하여 순이익을 산출한 뒤 주주가 나누어 갖는다. 보험회사도 자산운용수익률과 영업이익을 가지고 순이익을 산출하지만, 보험회사의 영업이익 중 사차익과 비차익은 일반 기업들처럼 이익의 개념이 아니라 보험계약자들로부터 보험료를 적정수준 이상으로 과다하게 징수하여 쓰고 남은 돈에 불과한 것이다.

 

보험회사의 이익은 사차익, 비차익, 이차익이 있다는 것은 앞에서 설명하였다. 사차익은 예정사망률보다 실제사망률이 적어 발생하는 이익이다. 비차익은 예정사업비율보다 실제사업비율이 적어 발생하는 이익이다. 이차익은 예정이율보다 실제이율이 높아 발생하는 이익을 말한다.

 

 

따라서 이차익은 보험회사가 자산운용을 잘한 덕택에 남은 이익이므로 보험회사가 먹어도 된다. 하지만 사차익과 비차익은 보험회사가 경영을 잘하여 남긴 이익이 아니다. 최초 보험상품을 계발할 때 보험료 산출을 위한 예정사망률과 예정사업비율을 과다하게 책정하여 적정보험료 이상의 돈을 보험계약자들로부터 징수한 것이기 때문에 이익이라고 볼 수 없고 과납보험료라고 보아야 한다.

 

 

보험회사의 이차익은 거의 없거나 마이너스(즉 이차손)가 난 해도 많이 있었다. 하지만 보험회사들은 수 십 년 동안 이런 과납보험료로 인해 발생하는 사차익과 비차익을 이익이라는 명목으로 자신들이 먹어왔다.

 

 

여기에다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을 받아 1962년 2월에 제정된 국민저축조합법에 의거 군인, 공무원, 대기업 직원들의 봉급 중 일정액은 강제로 징수하여 모두 보험회사에 밀어주었던 시절도 있었다. 이 때에 발생한 엄청난 이익은 영업으로 발생한 이익이 아니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의 결과이다. 즉 정부의 정책적인 보호와 수천만 보험계약자들이 강제로 납부한 보험료 수입이 있었기에 오늘날 대형보험사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런 생명보험회사들이 이제 와서 상장이익을 혼자 독식하려고 한다. 개구리 올챙이 시절 모른다는 소리가 이를 두고 한 말 아닌가 싶다. 상장차익의 상당 부분은 보험계약자에게 분배되어야 맞고 그 것이야말로 보험제도의 가장 큰 원칙이라 할 수 있는 ‘최대선의의 원칙’과 신의칙에도 부합한다는 것을 보험회사들은 알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