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사는 보험회사 임․직원이 아니다. 설계사의 법적 지위는 전부 개인사업자이며 보험회사와 계약자 사이에서 계약체결을 중개하는 자에 불과하다. 보험을 가입하고자 하는 사람은 설계사의 법적지위부터 잘 알고 가입해야 한다. 설계사의 법적지위란 설계사가 법률행위를 함에 있어서 보험회사와 어떤 관계에 있는지를 말한다. 설계사의 법적지위를 모른 채 보험계약을 체결했다가 손해를 본 사람들이 우리 주위에 부지기수다.
먼저, 설계사에게는 계약체결대리권이 없다. 계약체결대리권이란 보험회사를 대리하여 보험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하는데, 보험회사 대표이사, 감사를 제외한 임원, 직원, 보험대리점만 계약체결대리권이 있고, 설계사에게는 없다. 하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설계사와 보험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그래서 많은 문제들이 발생한다. 설계사의 법적 지위를 잘 알고 있어야 할 이유다.
둘째, 설계사에게는 고지수령권도 없다. 보험회사 임․직원과 보험대리점만 고지수령권을 가지고 있다. 고지란 보험계약을 체결할 때 계약자나 피보험자가 중요한 사항을 보험회사에게 알리는 것을 말하고, 고지수령권이란 계약자의 고지를 수령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하는데, 아쉽게도 설계사에게는 고지수령권이 없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계약자는 청약서에서 묻고 있는 질문에 대하여 설계사에게 구두로 알려서는 안 되는 것이다. 설계사에게 구두로 고지한 것은 고지수령권이 없는 자에게 고지한 것이므로 고지의 효력이 없다. 최근 3개월 또는 5년 이내의 치료사실을 묻는 청약서 질문에 대하여 설계사에게 얼마 전 고혈압으로 진단받았고, 현재 고혈압 약을 먹고 있다고 구두로 알린 것은 보험회사에게 알린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질문에 대한 고지는 반드시 청약서 질문표의 답변 란에 자필로 기재하여야 보험회사에게 고지한 것이 된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설계사에게는 고지수령권이 없다는 사실을 모르기 때문에 설계사에게 구두로 알린 것은 고지한 것으로 착각을 한다. 예를 들면 계약자는 설계사에게 1년 전에 고혈압 약을 6개월 정도 복용한 적이 있다고 사실대로 말했는데, 설계사는 현재만 고혈압 약을 먹고 있지 않다면 괜찮다, 과거의 고혈압 약 복용사실은 청약서에 기재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설계사에게 사실대로 다 고지했는데 왜 고지의무 위반이 되냐는 식이다. 그러나 법적으로는 어찌할 도리가 없다. 고지수령권이 없는 설계사에게 구두로 고지하였기 때문에 보험회사에게 고지한 것이 아니다. 보험대리점의 경우는 다르다. 보험대리점은 고지수령권이 있기 때문에 계약자가 보험대리점에게 구두로 알린 것은 보험회사에게 고지한 것이 된다. 다만, 추후 보험 분쟁이 발생하고 나서 보험대리점이 계약자로부터 고혈압 약 복용사실을 고지 받은 바가 없다고 오리발을 내밀 수 있으므로 계약자는 구두로 고지하면서 녹음을 해놓아야 한다. 번거롭게 무슨 녹음을 하느냐고? 번거롭다고 생각하고 준비를 해놓지 않으니까 만날 보험회사로부터 억울한 일만 당하는 것이다. 고지수령권이 있는 보험대리점하고 보험계약을 체결하더라도 가장 완벽한 고지의무 이행방법은 청약서의 질문표 답변 란에 계약자가 자신의 자필로 알려야 할 사항을 직접 기재하는 것이다.
셋째, 보험료수령권은 보험대리점과 설계사 모두에게 있다. 때문에 계약자가 계약을 체결한 직후에 지불하는 제1회 보험료나 계약을 유지하면서 지불하는 계속보험료를 현금으로 설계사에게 직접 주어도 무방하다. 다만, 영수한 보험료를 설계사가 회사에 입금하지 않고 유용하는 수가 있으므로 가능하면 회사 명의의 은행계좌로 직접 입금하는 것이 좋고, 부득이 현금으로 줄 때에는 반드시 보험회사 대표이사의 직인이 날인된, 즉 회사가 발행한 영수증을 받고 나서 줘야 한다. 어쩌다 한 번씩 필자에게 이런 전화가 걸려온다. 설계사와 친하다는 이유로 계약을 체결할 때 청약서도 작성하지 않았고, 회사가 발행한 영수증도 안 받고, 일시납 보험료로 1,000만 원을 현금으로 설계사에게 주었다는 것이다. 설계사가 1,000만원을 받으면서 나에게 준 것은 자신의 수첩 한 장을 찢어서 써준 수기(手記)영수증이 전부라는 것이다. 설계사는 1,000만 원을 회사에 입금하지 않고 전부 횡령해버렸고, 지금은 종적을 감추어버렸다는 것이다, 보험회사에게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면 1,000만원을 돌려받을 수 있겠느냐고 묻는다. 정답은 한 푼도 배상받을 수 없다, 이다. 왜 받을 수 없을까. 이유는 한 가지다. 청약서도 작성하지 않았고, 보험료 영수증도 안 받고 돈을 주었으므로 설계사에게 준 1,000만 원이 보험료 명목으로 준 것이라는 사실을 계약자가 입증할 수 없기 때문이다. 판사는 계약자가 설계사에게 준 1,000만원이 보험료 명목으로 준 것인지 개인적인 금전거래로 오간 돈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보험회사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설계사나 보험대리점은 정해진 월급을 받는 것이 아니다. 자신들이 모집한 보험계약 실적에 따라 수당을 받는다. 이들은 수당을 많이 받기 위하여 단 한 건의 보험계약이라도 더 체결하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계약을 체결할 때 계약자가 보험회사에 알려야 할 사항을 솔직하게 고지하려해도 “그런 것은 알리지 않아도 된다.”, “안 알려도 3-5년만 지나면 보험금 타는데 문제가 없다.”고 말하는 설계사들이 종종 있는데, 이는 사실대로 고지하였다가 보험회사가 계약인수를 거절해버리면 수당을 받을 수 없으므로 계약자의 솔직한 고지를 방해하는 것이다. 물론 모든 설계사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일부 설계사나 보험대리점은 수당 욕심에 보험금 지급사유, 보상하지 아니하는 손해, 예정이율, 경과기간별 해약환급금액, 만기시 지급금액 등을 거짓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따라서 계약자는 계약을 체결할 때 설계사의 설명내용을 전부 녹음해두거나 의심쩍은 부분이 있으면 그 즉시 질문하여 설계사의 답변내용도 녹음해두는 것이 좋다. 미처 녹음하지 못하고 체결한 계약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좋으니까 설계사가 설명했던 내용을 자필로 써 달라고 하여 보관해두기 바란다. 설계사가 변액유니버설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2년만 보험료를 불입하면 원금손해가 전혀 없다, 5년만 불입하면 원금에다 이자가 ○○만원 확실히 붙어 나온다, 고 말한 경우, 그 말 내용을 녹음하거나 설계사의 자필로 받아 놓은 계약자는 훗날 설계사의 설명내용과 약관내용이 서로 달라 손해를 본 경우 해당 보험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면 보상받을 수 있으나 설계사의 거짓설명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가 아무것도 없는 사람은 한 푼도 보상받을 수 없다.
계약자와는 다르게 보험회사는 추후 분쟁 발생에 대비하여 계약을 체결할 때부터 소름끼칠 정도로 철두철미하게 준비를 해둔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보험회사는 계약을 체결할 때 청약서 외에도「상품설명서」라는 서류에 계약자의 자필서명을 받아 놓는다. 상품설명서란 가입한 보험의 보장내용, 해약환급금액, 수익률 등을 요약해놓은 설명서를 말한다. 상품설명서에 서명을 받아놓는 이유는 설계사가 거짓으로 상품설명을 했더라도 계약자가 상품설명서 기재내용을 다 읽어보고 나서 자필로 서명하였으므로 그 책임은 계약자에게 있다고 주장하기 위해서다. 대부분의 경우 설계사가 계약자에게 청약서와 상품설명서를 펼쳐놓고 서명해주라고 말하면, 계약자는 귀찮으니까 그 기재내용을 읽어보지도 않고 설계사가 서명해주라고 일러주는 곳에 서명만 해주고 만다. 일단 상품설명서에 자필서명을 해준 계약자는 설사 설계사가 계약내용을 거짓으로 설명했더라도 보호를 받을 수 없다. 왜냐하면 계약내용이 사실대로 기재되어있는 상품설명서에 계약자가 서명해주었다는 것은 계약내용을 다 알고 나서 서명한 것으로 추정하기 때문이다. 소송을 제기하여 법정에 가더라도 마찬가지다. 계약자가 상품설명서의 기재내용만 꼼꼼하게 읽어보았더라면 설계사의 설명이 거짓이었음을 쉽게 알 수 있었을 텐데 읽어보지 않고 서명만 해주었기 때문에 분쟁이 발생하면 허구한 날 계약자만 불이익을 보는 것이다.
설계사는 보험료를 5년만 불입하면 원금에서 손해가 없다고 말하였는데 정작 5년 후에 해약했더니 원금의 90%밖에 나오지 않았다. 원금에서 무려 10%나 손해를 본 것이다. 계약자는 계약을 체결할 때 설계사가 한 말과 너무 다르다며 보험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 이때 보험회사가 반드시 재판부에 제출하는 서증이 있다. 서증이란 주장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문서이다. 그것은 다름이 아니고 계약자의 자필서명이 기재되어 있는 상품설명서이다. 그러면서 보험회사는 이렇게 주장한다.
“계약자가 자필로 서명한 상품설명서에도 5년 후에 해약하면 원금의 90%밖에 지급이 안 된다고 기재되어 있습니다, 계약자는 그러한 사실을 알고도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한 것입니다.”라고.
상황이 이쯤 되면 싸움은 이미 보험회사의 승소로 굳어졌다고 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설계사가 보험료를 5년만 불입하면 원금에서 손해가 없다고 말한 것이 사실일지라도 그것을 입증할 수 있는 녹음이나 자필확인서는 없고, 오히려 5년 후에 해약하면 원금의 90%밖에 지급되지 않는다고 기재되어 있는 상품설명서에 계약자가 자필로 서명해준 있는 이상 판사도 계약자가 5년 후 해약하면 원금에서 손해를 본다는 것을 알고도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추정하기 때문이다.
소 잃고 나서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설계사가 제시하는 상품설명서에 무조건 자필서명을 해주어서는 안 된다. 상품설명서에 기재된 내용을 전부 읽어보고 이상이 없을 때 비로소 서명해주어야 한다. 읽어볼 시간적 여유가 없으면 설계사에게 상품설명서를 여기 놔두고 가라고 말하면 된다. 계약체결이 급한 사람은 설계사이지 계약자는 서두를 이유가 전혀 없다. 2-3일도 좋고 1주일도 좋으니 다 읽어보고 나서 상품설명서 기재내용과 설계사의 설명내용이 일치한다는 것을 확인한 후에 자필서명을 해주어도 전혀 늦지 않다. 상품설명서 기재내용이 설계사의 말과 다를 때에는 가차 없이 청약을 거절하면 된다. 설계사가 실수로 말을 잘못했다고 사과하더라도 절대로 청약을 해서는 안 된다. 자기는 실수로 끝날 일이지만 나는 상품설명서를 꼼꼼히 읽어보지 않았다면 엄청난 불이익을 볼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자기가 판매하려는 보험상품의 내용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하고 계약자에게 청약을 권유했다는 것도 용서하기 힘들지만 상품설명을 실수로 잘못했다는 말도 믿기 어렵다. 어떻게 해서든 계약만 성사시켜서 수당만 챙기려고 고의로 거짓말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
다시 한 번 강조한다. 보험계약을 체결할 때에는 설계사의 말을 전부 녹음해두거나 설계사의 설명내용을 설계사의 자필로 기재한 서면을 받아 두기 바란다. 그리고 자필서명을 해달라는 청약서와 상품설명서에 무조건 서명해주어서는 안 되고, 반드시 기재내용을 읽어보고 나서 설계사의 말과 일치하는지 확인한 후에 서명해주어야 한다. 이에 대해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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