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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좋은보험 나쁜보험 이상한보험"/승환계약

보험 갈아 탔다가 패가망신을 했던 사건

by 변운연 2017. 4. 27.

집이나 사무실에서 있다 보면 보험설계사들이 수시로 찾아와 못살게 군다. 새로운 보험이 나왔는데 무척 좋은 보험이라면서 옛날에 가입했던 보험을 해약하고 새로운 보험으로 갈아타라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새로 나왔다는 보험이 과거의 보험보다 더 좋다는 말이 사실일까? 보험계약자에게 좋은 보험이란, 보험료 싸고, 보장 다양하고, 보장금액 크며, 보험금 지급기준이 까다롭지 않은 보험을 말한다. 보험계약자에게 그렇게 좋은 보험이라면 계약의 상대방인 보험회사 입장에서는 안 좋을 것이 뻔한 데 과연 그런 정보를 보험계약자들에게 알려줄까? 맞다. 절대로 안 알려준다. 보험설계사의 말은 거짓말이다.

 

10년 전 또는 20년 전에 가입한 보험과 요즘의 보험을 비교해보면, 옛날에 가입한 보험이 모든 면에서 월등히 좋다. 예정이율도 더 높고, 보험금 지급기준도 덜 까다롭다. 옛날 보험이 보험계약자에게 좋다는 말은 거꾸로 보면 옛날 보험은 보험회사에게는 안 좋다는 말이 된다. 예전에 가입한 보험의 예정이율은 10%, 7%대인데, 요즘 판매되는 보험들의 예정이율은 3%, 4%대에 불과하다. 때문에 보험회사는 예전에 가입한 보험의 만기보험금이나 연금지급 시기가 도래되어 그 돈을 지급하려면 상당히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보험회사들은 고심하던 끝에 어떻게 해서든 옛날 보험을 해약시키고 새로운 보험 즉, 더 안 좋은 보험으로 갈아타게 하려고 하는 것이다.

 

그런 것도 모르고 순진하게시리 보험설계사의 말에 속아 보험을 갈아탔다가 낭패를 본 사람들이 수없이 많다.

 

양 모씨는 경기도 화성에 사는 40대 초반의 남자다. 그는 예전에 D생명보험의 암보험 한 건을 가입하여 6년째 잘 유지하고 있었다. 어느 날 D생명의 보험설계사로 있는 그의 친구가 찾아 왔다. 이번에 자기네 회사에서 너무 좋은 보험이 나왔다며 절친한 친구이기 때문에 일찍 알려주러 왔다는 거였다. 새로 나온 보험의 이름은 생전 듣도 보도 못한 희한한 CI보험이었다. CI란 Critical Illness(중대한 질병)의 약자(略字)로서 CI보험이란 중대한 질병보험을 말한다.

 

참고로 필자는 CI보험을 씨(?)보험이라고 부른다. 왜냐하면 보험금 지급기준이 제일 까다롭기 때문에 보험금 타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 보험이기 때문이다. 보험설계사는 너무 좋은 보험이라고 말했다지만 필자는 거저 가입시켜준다 해도 마다 할 만큼 정말 재수 없는 보험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돈이 없어 또 보험을 가입한다는 것은 어렵다고 거절하였다. 보험설계사는 예전에 든 암보험을 해약하고 CI보험으로 갈아타면 보험료를 조금만 부담하면 된다고 하면서 보험 갈아타기를 권유하였다. 그는 그날 친구의 말대로 기존의 암 보험을 해지하고 CI보험으로 갈아탔다. 조만간 다가 올 비극은 전혀 생각도 하지 않은 채.

 

문제는 2개월 뒤에 발생했다. 그는 병원에서 위 내시경 검사를 하였는데 검사결과는 위암 이었다. 그는 친구의 권유대로 보장이 더 좋은 보험을 가입했으니까 암 진단 보험금과 수술비, 입원비가 다 나올 것으로 믿고 치료에만 전념하였다. 위암 1기였다. 종양을 제거하는 수술을 시행하고, 53일간 입원치료를 하였다. 경과는 매우 좋았다.

 

그는 퇴원을 한 후 진단서, 수술확인서, 입․퇴원확인서를 보험회사에 제출하고 암 진단 보험금, 암 수술비, 암 입원비를 청구하였다. 그가 가입한 CI보험증권에는 암 진단 보험금은 3,000만원, 암 수술비는 300만원, 암 입원비는 3일 초과 1일당 10만원씩 지급한다고 기재되어 있었다. 보험금은 모두 3,800만원이었다. 보험금 청구서류를 접수하고 다음 날 보험회사에서 연락이 왔다.

 

“고객님은 지급할 보험금이 하나도 없는데요.”

청천하늘에 날벼락이었다.

“무슨 말이에요? 두 달 전에 새로 나온 CI보험을 가입했는데 하나도 없다니요?”

“맞습니다. CI보험을 가입한 것은 확인이 되는데요, 암 책임개시일은 보험계약을 체결하고 90일이 경과한 다음 날부터인데 고객님은 보험계약 체결일로부터 암 진단일까지 63일밖에 안 되었어요.”

“그런 거예요?”

“그럼 그 전에 가입한 암 보험은 6년이나 되었으니까 상관없겠네요?”

“다른 보험도 있으셨습니까?”

“네. 그런데... 그게...”

“아, 하나 더 있네요. 하지만 두 달 전에 해약하셨는데요?”

“해약한 보험은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습니다. 고객님.”

 

그는 전화를 끊고 바로 친구한테 전화를 걸었다. 친구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여러 차례 전화를 걸어보았지만 마찬가지였다. 땅을 치고 후회를 해본 들 이미 소용없는 일이었다. 그는 실낱같은 희망을 가지고 보험소송을 전문으로 한다는 서울 시내 변호사사무실을 몇 군데 찾아가 상담하였다. 상담 결과 답변은 보험회사 직원의 말과 동일했다. 보험을 갈아타라고 한 친구가 너무나 원망스러웠다.

 

며칠 후 그는 미련을 버리지 못하여 인터넷을 검색하던 중 필자가 운영하는 보험분쟁 상담 카페를 우연히 보았다. 게시판에 올라와 있는 사무실 약도를 보고 그는 필자의 사무실을 찾아 왔다. 기존 보험계약을 해약하고 새로운 보험계약을 체결한 지 정확히 5개월이 경과하였다. 필자는 우선 그를 안심시켰다.

 

“보험금 타 낼 수 있습니다.”

“그게 정말입니까?”

“그럼요.”

“지난 주 변호사사무실을 몇 군데 방문해 상담했었는데 다 힘들겠다고 그러던데요.”

“그런가요? 그렇다면 선생님은 오늘 저를 만난 것이 정말 복 받으신 겁니다.”

필자는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는 필자의 말이 도저히 믿기지 않는 듯 의아해 했다. 필자가 누구인가? (누구긴, 쉰여섯 살 먹은 보험밖에 모르는 놈이지.) 필자는 소송에 앞서 D생명 본사에 내용증명 하나를 발송하였다. 내용인즉슨, 이 내용증명을 받는 즉시 이미 해지한 기존보험을 원상복귀 시켜주고, 신규로 가입한 보험계약을 취소해달라는 의사통보였다. 1주일 뒤쯤 보험회사로부터 연락이 왔다. 보험설계사가 보험을 갈아타라고 권유한 사실은 인정되나 보험계약자 자신이 직접 자필 서명한 해약신청서를 창구에 제출하여 해약하였고, 신규 보험청약서도 보험계약자가 직접 자필서명을 하였으므로 청구를 받아줄 수 없다는 것이었다.

 

필자는 보험회사 직원에게 왜 D생명이 그의 청구를 받아주어야 하는지를 상세히 설명해주었다. 먼저 D생명보험의 보험설계사가 보험업법 제97조(보험계약 체결 또는 모집에 관한 금지행위) 제1항 제1호 및 제5호 규정을 위반하였다는 사실을 말해주었다. 보험계약자인 그는 제3항 제1호의 기존 보험계약을 해약하고 새로운 보험계약을 체결할 경우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을 자필로 서명한 적이 없다는 사실도 말해주었다.

 

보험 갈아타기를 한 보험계약자는 보험회사에 대하여 기존 보험계약이 소멸된 날로부터 6월 이내에는 소멸된 기존 보험계약을 원상복귀 시키고 새로운 보험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는 제4항 규정을 말해주었다. 그때서야 보험회사 직원은 꼬리를 살짝 내리고 내부적으로 다시 검토 후 연락드리겠다고 말한 뒤 전화를 끊었다.

 

필자는 보험회사가 그의 청구를 받아주지 않을 경우에는 법적 대응을 할 것임을 암시해주었다. 왜냐하면 보험 갈아타기 금지에 관한 명백한 법률규정이 있고, 아직 6개월이 경과하지 않았기 때문에 소송을 제기하면 우리가 승소하는 것은 불 보듯 뻔했기 때문이다.

 

며칠 뒤 D생명 본사에서 다시 연락이 왔다. 우리의 요구를 다 받아주겠다는 것이었다. 필자의 말을 듣고 자기들도 법무팀 직원들을 비롯하여 여러 직원들이 회의를 가졌을 것이다. 우리의 요구를 받아주지 않고 법정싸움으로 갈 경우 자기네가 질 것이 너무나 명백하니까 순순히 우리의 요구를 받아준다는 것이다. 때문에 그는 기존 암 보험계약을 원상복귀 시켜 암 진단 보험금 2,000만 원, 암수술비 200만원, 암입원비 500만 원을 전액 탈 수 있었고, 씨(?)보험계약은 취소할 수 있었다. 그는 보험설계사인 친구의 순간적인 사탕발림에 넘어가 지옥의 문턱까지 갔다 온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가 필자를 만나지 못했고, 1개월만 더 경과하여 6개월이 지나버렸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를 생각하면 지금도 필자는 아찔한 생각이 든다. 이처럼 보험 갈아타기는 보험회사와 보험설계사에게는 좋을지 몰라도 보험계약자에게는 백해무익하므로 보험업법에서도 금지규정을 둔 것이다. 이래도 독자는 보험설계사가 꼬드기면 보험을 또 갈아타겠는가(갈아탄다고? 후훗, 죽으려면 무슨 짓을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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