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운연 2012. 7. 12. 13:10

 

4절. 보험분쟁 발생시

 

 

보험계약과 관련하여 보험회사와 분쟁이 발생하였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겁 먹지 말아야 하고 자신감을 잃지 않아야 된다는 것입니다. 보험회사는 공룡과 같은 거대 기업이고 나는 보험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개인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보험계약자들이 죄 지은 것 없이 괜히 겁을 내는 한 보험회사의 횡포는 영원히 종식되지 않을 것입니다.

 

 

이 책 서두에서도 필자가 말하였듯이 모든 산업의 중심에는 소비자가 있어야 하고 소비자는 왕이어야 합니다. 보험 산업도 예외일 수 없습니다. 보험을 판매하는 보험회사 중심의 Sellers market이 아니라 보험을 구매하는 보험계약자 중심의 Buyers market이어야 합니다. 하지만, 보험회사들은 예나 지금이나 보험소비자 알기를 발밑의 때만큼도 생각하고 있지 않습니다. 보험소비자들을 기망하여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는 것에만 관심이 있는 듯 합니다.

 

 

보험소비자들이 강해져야 합니다. 그래야 보험회사들의 잘못된 관행을 뜯어고칠 수 있습니다. 보험소비자단체는 보험분쟁과 보험소송이 빈발하는 보험회사들의 상호를 공개하고, 보험소비자들은 그런 보험회사의 보험상품은 구매하지 말아야 합니다. 보험소비자들이 힘을 합친다면 악덕 보험회사 한두 개쯤은 완전히 퇴출시켜버리는 것도 가능합니다. 귀찮다는 이유로 보험회사와 싸우는 것을 포기하면 안 됩니다. 보험소비자의 권리는 보험소비자인 내가 보호해야지 그 누구도 보호해주지 않습니다. 

 

그럼 지금부터는 보험분쟁이 발생하였을 때 보험소비자가 취해야 할 단계별 대처요령을 말씀 드리겠습니다.

 

 

1단계. 보험회사의 민원실에 민원을 제기하라.

 

 

보험 분쟁 발생시 보험계약자들이 제일 먼저 문을 두드리는 곳이 해당 보험회사의 민원실입니다. 하지만 이 민원실을 통하여 보험계약자의 억울한 사정을 속 시원히 해결하기란 그리 쉽지 않습니다. 명칭만 민원실이지 보험계약자들의 억울한 사연을 진정으로 해결해 주지는 못합니다.

 

그도 그럴만한 것이 민원실에 근무하고 있는 상담원들은 모두 해당 보험회사의 직원이다 보니 보험회사의 편에만 서서 해결하려 들기 때문입니다. 중립적인 입장에서 민원을 해결하려는 자세가 있어야 해결되는 것이 민원인데, 보험회사의 입장에서 보험계약자를 설득만 하려드니 해결이 될 리 만무입니다. 또 보험회사의 민원실 직원들은 말솜씨가 얼마나 좋은지 웬만한 말주변 가지고는 그들을 이겨낼 수 없습니다.

 

보험회사 민원실을 통하여 해결할 수 있는 것은 보험계약 내용의 변경이나 보험상품에 대한 소소한 민원 정도라고 보면 됩니다.

 

 

 

2단계.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위원회에 분쟁조정 신청을 하라.

 

 

보험회사의 민원실에서 해결을 보지 못한 보험계약자들이 두 번째로 문을 두드리는 곳이 금융감독원 내에 설치된 보험분쟁조정위원회입니다. 분쟁조정을 원하는 보험계약자는 조정신청서를 작성하여 분쟁조정위원회를 방문하거나 우편으로 접수하면 됩니다. 하지만 이곳에서도 만족스런 민원해결을 보기란 매우 힘듭니다. 이건 필자의 생각이 아닙니다. 필자는 금융감독원에 분쟁조정 신청을 한번도 해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언론에 수차례 보도된 내용이고 상당수 보험소비자들이 느끼고 있는 생각입니다. 십여 년 전만 하더라도 보험회사들은 보험감독원(금융감독원 설치 전 보험회사 감독관청)이라고 하면 고양이 앞에 쥐처럼 벌벌 떨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금융감독원 모습은 발톱 빠진 호랑이 모습이어서 보험회사들도 더이상 금융감독원은 무서워하지 않습니다. 

 

보험회사는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 결과 보험금 지급 결정을 내리더라도 눈 하나 깜짝 하지 않습니다. 보험금 지급은 고사하고 보험회사가 먼저 법원에 민사조정 신청이나 채무부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이같이 보험회사들이 분쟁조정 결과에 불복하는 사례는 점차 늘어만 가고 있습니다.

 

보험회사들의 눈에는 무서운 것이 하나도 없는 듯 합니다. 돈만 있으면 감독관청도 무섭지 않은가 봅니다. 금융감독원의 고위급 퇴직자들이 퇴직과 동시에 줄줄이 보험회사의 임원으로 채용되고 있다는 보도가 2007년 10월경 모든 언론에서 보도된 바 있습니다. 보험회사와 금융감독원의 검은 커넥션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정이 이러 할진데 금융감독원이 과연 공정하게 보험계약자들의 억울한 사정을 해결해 줄 수 있으며, 보험회사들의 위법행위를 엄벌에 처할 수 있겠습니까? 그렇지만 순진한 보험계약자들은 보험회사의 설립을 허가하고 관리, 감독하는 기관이 금융감독원이라고 하니까 실낱같은 희망을 기대하면서 금융감독원의 보험분쟁조정위원회의 문을 두드리고 있는 것입니다.

 

금융감독원의 조정 결과가 실망스럽다 할지라도 실망하거나 보험금을 포기하여서는 절대로 안 됩니다. 아직도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곳이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3단계. 보험소비자단체를 찾아가 상담하라.

 

 

금융감독원에서도 해결책을 찾지 못한 보험계약자들은 보험소비자단체를 찾아가 상담을 받아보기 바랍니다. 여기서부터는 그래도 소비자인 보험계약자의 편에 서서 객관적이고 공정한 해결을 해 주고자 노력하는 직원들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보험소비자단체란 한국소비자원, 금융소비자연맹 등을 말합니다.

 

 

금융소비자연맹은 서울 광화문에 위치한 플래티넘빌딩 6층 613호에 있고 전화번호는 02-737-0940~1이며 홈페이지 주소는 http://www.kfco.org 이다. 금융소비자들의 억울한 사연을 해결해주고 있는 소비자단체입니다. 독자들도 TV에서 보험분쟁이나 보험회사들의 횡포에 관한 프로그램이 방영될 때마다 등장하여 인터뷰하는 금융소비자연맹의 조연행 부회장의 모습을 많이 보았을 것입니다.

 

한국소비자원(http://www.kca.go.kr)에 보험민원을 접수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하지만 이 곳은 모든 산업부문의 소비자들을 상대하는 곳이므로 금융분쟁만 취급하는 위 소비자단체에 비하여 상담의 전문성이나 업무처리의 신속성 등은 다소 떨어지는 느낌입니다.

 

비자 집단분쟁조정이라는 제도가 신설되었는데 이 제도는 동일한 피해를 입은 소비자 50명 이상이 소비자단체 등을 통하여 한국소비자원(http://www.kca.go.kr) 내에 설치된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하는 제도입니다. 사업자와 소비자가 조정결정을 수락하여 조정이 성립되는 경우에는 재판상 화해의 효력이 발생하여 분쟁을 신속하게 해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비용부담이 없다는 점에서 소비자의 접근성이 좋고, 같은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이 모여 함께 조정을 받는다는 점에서 소비자의 권익 증진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이 제도는 2007년 4월에 도입된 제도인데 보험뿐만 아니라 모든 산업 분야에서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이 제도가 도입되고 얼마 안 되어 실제로 있었던 일입니다. LIG손해보험의 ‘엘플아워VIP보험에 가입한 보험계약자들 70명이 보험료 납입기간을 변경할 때 발생하는 해약환급금 차액 정산을 둘러싸고 보험회사와 분쟁이 발생하였습니다. 이 보험 상품은 LIG손해보험의 일방적인 납입변경 배서 거절 및 정산보험료 추징요구로 인하여 계속적으로 민원이 발생되어 온 보험입니다. 이에 보험계약자들이 보험소비자단체인 금융소비자연맹을 통하여 소비자기본법에서 정한 집단분쟁조정을 한국소비자원에 신청하려는 움직임이 보이자 LIG손해보험은 즉각 보험계약자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주었습니다. 다행히 집단분쟁조정으로 이어지지는 안 했지만 집단분쟁조정의 조짐이 보이자 보험회사가 쉽게 보험계약자들의 요구를 들어 주었던 사례입니다. 집단이 아닌 보험계약자 개인이 요구하였더라도 이렇게 요구를 들어주었을까요?

 

 

집단분쟁조정 제도는 동일한 피해를 입은 다수의 소비자들이 뭉쳐 대응하기 때문에, 기업과 다툼이 벌어졌을 때 소비자들이 약자의 입장에서 벗어나 ‘강한 힘’을 행사할 수 있는 강자의 입장에서 싸울 수 있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그만큼 해당 기업에게는 상당한 압력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어 동일 또는 유사한 피해를 입은 보험계약자가 다수일 때는 한번 사용해 볼만한 좋은 방법이라 하겠습니다.

 

 

 

4단계. 보험전문 변호사를 찾아 상담하라.

 

 

보험회사와 보험계약자 사이에 다투는 내용이 매우 중요한 사안이고, 다투는 보험금의 금액이 클 경우에 위 세 곳의 기관에서 해결책을 찾지 못한 보험계약자들이 마지막으로 선택하는 것이 법적대응입니다. 보험전문가인 손해사정사나 보험전문 변호사의 법률자문을 받아 본 후 보험회사의 행위가 위법하다고 판단되면 취할 수 있는 마지막 방법입니다.

 

다만, 소송실익이 있는지를 먼저 검토해 보아야 합니다. 소송실익이란 승소 가능성을 판단하면서, 소를 제기함으로써 소요될 총 비용과 승소하여 지급받게 될 보험금을 비교하여 승소 후 실질적인 이익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입니다.

 

 

교통사고 피해자에게 보험회사가 제시하는 보상금은 500만원이고, 소송시 판결예상금액은 1,000만원이라고 한다면, 변호사보수와 인지대, 송달료, 신체감정비 등을 공제하고 나면 승소하더라도 별반 실익이 없다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500만원을 지급받고 보험회사와 합의하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생명보험을 가입한 피보험자가 사망하여 1억원의 보험금을 지급받아야 하는데 보험사고가 면책사유에 해당한다며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으려 한다거나, 사망의 원인이 질병이나 재해이냐에 따라 수 천 만원에서 수 억 원이 왔다 갔다 할 경우, 암 진단을 받아 5,000만원의 보험금을 지급받아야 하는데 보험회사는 암이 아니고 상피내암이라며 500만원만 지급하려고 하는 경우처럼 보험금이 클 경우에는 승소가능성만 있다면 소송비용이 좀 소요된다 할지라도 승소하고 나면 큰 이익이 되므로 백번이라도 소송을 해야 합니다.

 

 

보험금액이 소액인 경우에는 변호사보수를 공제하고 나면 별 실익이 없으므로 변호사 선임을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소장이나 준비서면 등 문서작성만을 위임하고 변론기일에는 보험계약자 자신이 직접 법정에 출두하여 변론을 하는 방법으로 소송을 하여야 합니다. 내가 조금만 부지런 떨고 발품을 팔면 그만큼 비용은 절감할 수 있습니다.

 

보험회사의 행위가 위법하고 횡포가 명백하다 할지라도 보험회사 측 변호사들을 재판과 법률지식이 전혀 없는 일반 보험계약자들이 개인적으로 맞서 싸운다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일반인들은 재판절차, 적절한 입증방법, 보험법리 등을 모르기 때문에 변호사를 선임하였으면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재판이었는데도 지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따라서 당사자간 다투는 보험금액이 크거나 보험계약의 해지 또는 무효, 실효 중 보험사고와 같이 사안이 중대할 경우에는 절대로 나 홀로 소송을 하지 말고 반드시 보험전문 변호사를 선임하기 바랍니다.

 

보험분쟁을 해결할 때 위에서 열거한 네 가지 방법 중 어느 방법을 선택하느냐는 보험계약자들이 선택할 문제입니다. 그리고 1단계부터 4단계까지 반드시 순차적으로 거쳐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1-2단계를 거치지 않고 바로 3, 4단계 방법을 강구할 수도 있고, 처음부터 바로 4단계를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다툼의 내용이 사소한 것이고 보험금액이 소액이면 1-3단계를 통해 해결하길 바라고, 다툼의 내용이 중대한 것이거나 보험금이 수 천 만원 이상 고액인 경우에는 소송비용이 좀 들더라고 4단계 방법을 택하라고 당부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