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로 인한 합의에는 형사합의와 민사합의가 있다고 앞에서 말씀 드렸습니다. 어떤 합의를 하든지 합의 당사자가 유의해야 할 점은 내가 하고자 하는 합의가 ① 법적인 일체(형사, 민사 모두)의 합의인지, ② 가해자의 형사처벌을 원치 않고 선처를 바란다는 형사합의인지, ③ 피해자의 손해배상에만 국한되는 민사합의인지, 명확한 합의 목적을 알고 합의에 임하여야 합니다.
자동차사고로 가해자가 형사처벌을 받는 경우는 사망사고, 사고 후 도주, 11대 중과실 사고에 속할 때입니다. 이러한 중과실 사고가 아닌 때에는 가해자가 자동차종합보험(대인배상Ⅱ의 가입금액이 ‘무한’인 보험을 말하며, 공제조합의 종합공제도 포함됩니다)에 가입되어 있으면, 가해자를 형사처벌 하지 못합니다. 따라서 가해자는 사망사고, 사고 후 도주, 11대 중과실 사고의 경우에만 형사처벌을 경감 받을 목적으로 피해자와 형사합의를 하려고 할 것입니다. 가해자가 피해자와 형사합의를 하게 되면 형사처벌을 상당한 정도로 경감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동차종합보험을 가입했다 하더라도 당해 사고가 보험회사가 책임을 지지 않는 사고에 해당할 경우, 즉 계약상 면책사고(무면허 운전 중 사고나 운전자연령한정특약, 운전자범위한정특약의 운전자 범위를 벗어난 운전자가 운전을 하다가 발생한 사고 등)이거나 자동차보험계약이 무효 또는 해지된 상태에서의 사고인 경우에는 형사처벌을 받게 됩니다.
사망사고, 사고 후 도주, 11대 중과실 사고를 낸 가해운전자가 사고 직후 형사합의를 보려고 동분서주하는 모습을 자주 보는데, 그 이유가 바로 형사처벌을 감면 받고자 함입니다. 특히 가해운전자가 구속된 경우에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라는 내용의 피해자 진정서와 형사합의서는 법원의 판결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즉 피해자 측으로부터 진정서와 형사합의서를 받아 검찰 또는 법원의 해당 재판부에 제출하면 정상이 참작되어 징역형이 벌금형이나 집행유예로 석방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집니다.
과거 자동차가 그리 많지 않던 70년대 시절만 해도 자동차를 이용하여 하는 사업은 운수사업(運輸事業)이 아니라 운수사업(運數事業)이라 불렀습니다. 자동차를 이용한 사업은 잘 하다가도 단 한 건의 사망사고로 사업을 접어야 할 만큼 사업의 성공여부는 운수소관에 달려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자동차사고가 발생하면 가해자가 후유증이 컸습니다. 오늘날에는 자동차를 소유하지 않은 사람이 없을 만큼 자동차는 생활필수품이 되었습니다. 한정된 도로 위에 자동차의 수만 증가하다 보니 크고 작은 자동차사고가 우리 주변에서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자동차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사고운전자를 형사처벌 하다보면 몇 년 안 가 국민들 대다수는 모두 형사 전과자가 되고 말겠죠? 그래서 만든 것이 1981년 12월에 제정한 교통사고처리특례법입니다.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은 제1조 제정 목적에서 ‘업무상 과실 또는 중대한 과실로 교통사고를 일으킨 운전자에 관한 형사처벌 등의 특례를 정함으로써 교통사고로 인한 피해의 신속한 회복을 촉진하고 국민생활의 편익을 증진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는 사망사고나 사고 후 도주, 11대 중과실 사고가 아닌 경과실의 사고라면 피해자의 의사(가해자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하여. 피해의 신속한 회복을 촉진하고 국민생활의 편익을 증진하고자 한 것입니다. 따라서 대인배상Ⅱ 가입금액을 ‘무한’으로 하여 자동차종합보험을 가입한 운전자들은 사망사고나 도주사고, 11대 중과실 사고만 내지 않으면 형사처벌의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렇다고 운전을 함부로 해도 된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모든 운전자는 항상 준법운전과 방어운전의 노력을 해야 하겠고, 사고가 났을 때 절대로 도주해서는 안 됩니다.
교특법의 제정 목적에 따라 최근에는 11대 중과실 사고의 경우 대부분은 벌금형 위주로 처벌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사망사고나 도주 사고의 가해자에게는 징역형 또는 금고형을 부과하기도 합니다. 사망사고, 도주사고, 11대 중과실 사고의 경우 가해자는 피해자와의 형사합의 여부가 벌금의 액수, 구속 여부, 형량의 선고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므로 가해자로서는 형사합의가 우선적으로 해결되어야 할 과제입니다. 하지만 형사합의는 법적으로 강제사항은 아니기 때문에 가해자가 형사합의 의사가 없으면 안 해도 그만입니다. 피해자도 가해자에게 형사합의를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형사합의를 보지 못한 가해자는 형사처벌을 원칙대로 받으면 됩니다. 형사합의금 금액도 법률로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천차만별입니다. 가해자의 경제적인 능력이나 피해자의 피해 정도, 가해자와 피해자의 과실 여부 등에 따라 당사자가 그 금액을 정하기 때문입니다. 부상사고의 경우 보통 병원에서 교부하는 진단서상 진단 1주당 50만원~100만원 선에서 형사합의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사망사고의 경우에는 1,0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내에서 형사합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금액을 넘어서 피해자가 너무 과다한 형사합의금을 요구하여 형사합의가 순조롭지 못할 경우에는 가해자는 적정한 금액을 법원에 공탁하는 것도 형사처벌을 경감 받는 한 방법입니다.
피해자는 형사합의를 하면서 합의서 문구에 유의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피해자가 받은 형사합의금액을 나중에 보험회사가 공제하고 보상금을 지급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공제를 당하지 않으려면 이 책 부록에 있는 형사합의서와 함께 채권양도통지서(가해자가 보험회사에 청구할 수 있는 보험금 청구권을 피해자에게 양도한다는 통지서입니다)를 작성하여야 합니다. 그런 다음 가해자는 채권양도통지서 3매를 반드시 자신의 자동차보험회사에 우체국 내용증명으로 발송하여야 하고, 피해자는 내용증명으로 보낸 채권양도통지서 원본을 가해자로부터 받아 보험회사와 보상합의가 끝날 때까지 잘 보관하고 있어야 합니다. 보험회사가 피해자에게 손해배상을 하면서 형사합의 금액을 공제하려 할 때 피해자는 가해자로부터 받은 채권양도통지서를 보험회사에 제시하면서 대항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