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내보험도둑안맞기"/도둑놈보따리속

2. 고지의무 위반이라며 보험계약 해지 및 보험금 부지급

변운연 2017. 5. 11. 15:11




보험계약자와 피보험자는 보험계약 체결시(보험계약 청약일로부터 보험회사의 승낙일 전까지) 보험회사에게 보험계약청약서 질문표에서 질문하는 사항에 대하여 알고 있는 사실을 진실되게 알려야 할 의무와 불고지 또는 부실고지를 하지 않아야 할 의무가 있다고 앞에서 말씀드렸습니다. 이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고지의무위반에 해당되어 불이익을 봅니다.

 

하지만 고지의무 위반이라 하여 무조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보험회사가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하려면 고지의무 위반이 다음 세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하여야 합니다.

 

첫째, 고지의무자의 고의 또는 중과실로 인한 불고지 또는 부실고지여야 합니다.

 

따라서 치료받은 것이 너무 오래 전의 일이고, 입원치료도 아니며, 장기간 치료한 것이 아니고, 하루 이틀 통원치료를 한 것이어서 기억이 잘 나지 않아 고지하지 않은 것이라면 불고지, 부실고지에 고의성이나 중과실이 없어 고지의무 위반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또한 보험계약자가 고지하려고 하는데 보험설계사가 그런 것은 별로 중요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고지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하면서 고지를 못하게 하거나, 사실대로 고지하면 보험회사가 계약의 인수를 거절하면 모집수당을 받지 못할 것이 두려워 보험설계사가 알리지 말라고 강요하여 고지하지 않았다면 그 것은 보험계약자의 고의, 중과실이 아니라 보험설계사의 고의, 중과실이어서 고지의무 위반이 아닙니다. 하지만 보험설계사의 그런 행위를 보험계약자가 입증한다는 것이 매우 어렵습니다.

 

2006년 여름에 있었던 일입니다. 부산 연산동에 사는 32세의 남자 L씨. 그는 2006년 4월 어느날 검은 변을 보게 되자 암이 의심되어 부산 대청동에 있는 메리놀병원을 찾았습니다. 위 내시경 검사 및 조직병리 검사를 하였습니다. 검사 결과는 위암이었습니다. 다행히 L씨는 2003년 10월에 라이나생명보험주식회사에 암보험 하나를 가입한 것이 있었습니다. 보험금청구서류를 갖추어 보험회사에 암진단 보험금 8,000만원을 청구하였습니다.

 

보험회사는 암 진단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통보해 왔습니다. 이유인즉슨 보험계약을 체결하기 2년 전인 2001년 12월에 L씨가 메리놀병원을 찾아 위염으로 5일간 진료한 적이 있다는 사실을 병원의 진료기록부에서 발견하였는데, 진료기록부엔 이미 그 당시에 위암 진단을 받았다고 적혀 있다는 것입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L씨는 명백한 고지의무 위반을 한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L씨는 2년 전 암진단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말하였습니다. L씨는 보험회사 직원의 말이 믿겨지지 않아 놀란 가슴을 쓰러 내리며 조심스럽게 병원을 방문해 그 당시진료기록부를 직접 확인해 보았습니다. 보험회사 직원의 말은 사실이었습니다. L씨는 병원에 항의를 했습니다. 그 당시에 위암진단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왜 나에게 알려주지 않았느냐고.

 

 

담당의사 왈. “조직검사 결과가 나오기 이틀 전 L씨가 퇴원을 하는 바람에 유선으로라도 알려준다는 것이 그만... 제가 미쳐 신경을 못 써서 통보를 못해 드렸습니다”, “죄송합니다. 의료 과실을 시인합니다.” 하더랍니다.

 

 

그래도 라이나생명보험주식회사는 보험계약 체결 전에 이미 암 진단 된 것이 명백하므로 암 진단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면서 M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하든가 하라고 하였다는 것입니다. 

 

이런 사실을 L씨는 우리 변호사사무실에 전화로 알려 왔습니다. 필자는 부산으로 내려가 L씨를 직접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내용을 검토한 결과, L씨의 고지의무 위반은 L씨의 고의성이 전혀 없었고, 보험계약 체결 전에 발생한 보험사고의 객관적 확정은 명백하나 계약 당사자인 보험계약자와 보험회사 모두 암 진단 사실을 알지 못하였으므로 보험계약은 무효가 아니고 유효하다고 보아야 하므로 우리는 라이나생명보험주식회사를 상대로 보험금청구소송을 하기로 결정하고 소장을 작성하여 법원에 접수하였습니다.

 

 

소장 접수 후 보름도 안 되어 라이나생명보험주식회사는 L씨의 통장으로 암진단 보험금 8,000만원을 입금해주었습니다. 법정에서 다투어봐야 자기네가 질 것이 뻔하다고 판단하였던 모양입니다. 우리는 8,000만원을 수령 받고 바로 소 취하를 해 주었습니다. 또한 의료과실이 있는 M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하여 2,800만원도 받아 내었습니다. L씨가 필자와 상담도 하지 않고, 보험회사의 말만 듣고 보험금을 포기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이 사건 L씨의 경우처럼 피보험자의 고의나 중과실이 없는 불고지는 고지의무 위반이 아니므로 보험회사는 보험금도 지급해야 하고 보험계약도 해지할 수 없다는 사실을 독자들은 꼭 기억하길 바랍니다.

 

둘째, 불고지 또는 부실고지한 사항이 있어야 합니다.

 

셋째, 불고지 또는 부실고지 한 사항이 반드시 '중요한 사항'이어야 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사항'이란 보험계약자가 보험회사에게 사실대로 고지하였다면 보험회사가 보험계약의 승낙을 거절하거나 조건부계약(특정질병 부담보 조건부 계약이나 보험금액 감액, 보험료할증 등의 계약을 말합니다)을 체결할 개연성이 큰, 즉 동일한 보험료로는 보험회사가 계약의 인수를 하지 않을 만한 사항을 말합니다. 

 

예를 들면 등에 사마귀가 나 있다는 사실, 감기나 배탈이 나서 하루 병원을 방문 통원치료한 사실, 빈혈이 좀 있어 약국에서 약을 좀 사서 복용한 사실 등은 고지하지 않아도 중요한 사항이 아니므로 고지의무 위반이 아닙니다.

 

보험회사들은 보험사고가 발생하여 보험금을 청구하면 보험계약자로부터 인간증명서와 위임장을 징구합니다. 이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요양급여 내역을 열람하거나 등사 신청하여 과거 진료기록을 검토하기 위함입니다. 병원의 진료기록을 검토한 후 사소한 고지의무 위반만 있어도 보험금 부지급과 보험계약 해지를 강행합니다.

 

심지어 고지의무 이행을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가 직접 하지 않고 보험설계사가 대신 하면서 불고지, 부실고지를 해놓고도 아무런 과실이 없는 보험계약자와 피보험자에게 잘못을 모두 뒤집어씌우는 경우도 많습니다. 미치고 팔짝 뛸 노릇입니다.

 

필자는 보험소송 실무를 해오면서 이런 사례를 부지기수로 보아 왔습니다. 이럴 경우 고지의무 위반으로 보험계약 해지, 보험금 부지급 등 불이익을 본 보험계약자들은 가만히 앉아 있지 말고, 가까운 손해사정사무실이나 보험전문 변호사사무실을 방문하여 상담을 해 본 후 반드시 법적 대응을 해야 합니다.

 

보험회사는 절대로 내 편이 아닙니다. 보험계약을 체결한 상대방입니다. 보험회사는 보험계약자의 편에 서서 공정한 법률상담을 절대로 해주지 않습니다. 보험사고가 발생하고 보험금을 청구하는 순간부터 보험회사는 나와 이익이 상충되는 거래의 상대방이라는 사실을 명심하기 바랍니다.

 

이 책을 읽은 독자는 오늘 이후부터 보험계약을 체결할 때 보험설계사가 나 대신 고지의무를 이행하려 한다거나, 사실대로 고지하는 것을 방해할 때에는 절대로 계약을 체결해서는 안 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훗날 보험분쟁 발생시 보험계약자만 억울한 일을 당하기 때문입니다. 보험회사가 보험금 지급은 고사하고 보험계약까지 해지해 버린다면 얼마나 억울하겠습니까? 설사 보험설계사의 잘못으로 인한 고지의무 위반일지라도 보험계약자인 내가 그러한 사실을 입증하지 못하면 내가 고지의무를 위반한 것이 되고 맙니다.

 

보험소송 전문 법무법인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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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사정사 변운연, 변호사 김국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