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보험의 종류
3. 보험의 종류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보험의 종류는 매우 다양합니다. 현대사회는 고도의 산업사회입니다. 새로운 문명은 예전에 없던 새로운 위험을 계속 만들어냅니다. 위험의 종류가 계속 증가하다보니 위험에 대비한 보험의 종류 또한 증가할 수밖에 없습니다.
보험의 종류에는 어떠한 보험들이 있으며 보험을 분류해본다면 어떠한 기준에 의하여 분류될까요? 보험의 종류 및 분류 방법은 통일된 것이 아니어서 세계 각국마다 그 방법이 상이하나 분류의 큰 틀은 거의 대동소이합니다.
먼저 보험계약법이라 할 수 있는 우리나라의 상법 제4편은 보험을 어떻게 분류하고 있을까요? 상법에서는 보험을 크게 손해보험과 인(人)보험으로 나누고 있습니다. 이는 급부의 내용이 보험사고로 인하여 생긴 손해의 전보인가 아니면 사고발생의 객체가 사람인가에 따른 분류입니다. 스위스 보험계약법과 프랑스 보험법도 이 분류를 취하고 있습니다.
손해보험은 다시 화재보험, 운송보험, 해상보험, 책임보험, 자동차보험으로 나누고 있고 인(人)보험은 생명보험과 상해보험으로 나누고 있습니다. 상해보험은 치료비 실비를 지급하는, 즉 실손보상 형태의 손해보험 성격과 사망보험금이나 입원비일당처럼 약정보험금이 지급되는 인보험 성격을 모두 갖추고 있는 보험입니다.
손해보험과 인보험은 그 성질이 다르고, 그 결과 보험단체의 운영방식도 상이한 점을 고려하여 보험업법 제10조에서는 보험사업의 전문성을 확보하고 보험업 경영의 안정을 도모하고자 원칙적으로 손해보험과 인보험의 겸영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다만, 제3보험이라 불리는 상해보험, 질병보험, 간병보험 그리고 인보험의 재보험, 손해보험과 인보험으로 구분하기 곤란한 보험으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보험은 예외로 하고 있습니다. 즉 제3보험은 손해보험회사나 생명보험회사모두 취급이 가능한 보험입니다.
보험에 관한 특별법이라 할 수 있는 보험업법에서는 보험을 생명보험, 손해보험, 제3보험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제3보험이란 상해보험, 질병보험, 간병보험을 말합니다.
또 다른 분류방법은 보험의 운영목적에 따른 분류인데 공보험(公保險)과 사보험(私保險)이 있습니다. 공보험이란 국민 경제적 입장에서 국가 또는 공공단체의 정책수행을 위하여 운영하는 보험을 말하며 국민건강보험, 국민연금보험, 산업재해보상보험, 고용보험, 선원보험, 군인보험 등이 이에 해당됩니다. 사보험이란 사보험의 운영주체, 즉 보험회사가 사인(私人)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보험을 말하며 보험업법에 의하여 설립된 보험회사에 의하여 운영되는 대부분의 사영보험(私營保險)이 이에 속합니다. 따라서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은 모두 사보험이며 이 책에서 다루게 될 보험도 모두 사보험입니다.
사보험은 다시 가계보험과 기업보험으로 나눌 수 있고, 영리보험과 상호보험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가계보험은 일반 개인이 가입하는 보험을 말하고, 자가용자동차종합보험, 각종 생명보험, 상해보험 등이 이에 속합니다. 기업보험은 기업이 경영위험에 대처하기 위하여 가입하는 보험을 말하고 해상보험, 운송보험, 항공보험, 생산물배상책임보험, 재보험 등이 이에 속합니다.
이렇게 가계보험과 기업보험으로 구별하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상법 제663조는 “상법 제4편, ‘보험’의 규정은 보험계약자와 보험자(보험회사) 당사자 간의 특약으로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나 보험수익자의 불이익으로 변경하지 못한다. 그러나 재보험 및 해상보험 기타 이와 유사한 보험의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이는 개인이 가입하는 가계보험은 보험회사와 보험계약자간 계약교섭능력의 차이가 커 보험계약자를 보호할 필요성이 높으므로 보험약관이나 기타 개별약정에 있어서 상법의 제4편 ‘보험’편 규정보다 불이익하게 변경할 수 없다고 규제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기업보험의 경우에는 보험계약자인 기업과 보험회사라는 기업이 둘 다 기업으로서 계약교섭능력이 대등하므로 상법이 굳이 후견적 개입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보험계약자인 기업과 보험자인 기업 간에는 상법의 규정보다 불이익하게 변경한 특약도 당사자 개별약정 우선의 원칙에 따라 유효합니다. 이처럼 기업보험에는 상법 제663조 본문의 ‘불이익 변경금지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영리보험은 보험의 인수를 영업으로 하는 보험회사가 인수한 보험으로서, 보험업법 및 상법의 요건을 갖춘 보험회사 및 외국보험사업자의 국내지점이 가입자로부터 받는 보험료의 총액과 이를 운용하여 얻게 되는 수익에서 지급하는 보험금과 사업비를 공제한 차액을 얻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보험입니다.
상호보험이란 보험가입자가 동시에 보험자인 단체의 구성원이 되어 사단법인의 사원과 같은 관계를 형성하는 보험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선주상호보험조합법에 의한 상호보험에서만 그 예를 찾아 볼 수 있으나, 외국의 경우 인보험 분야에서는 상호보험의 비중이 높습니다.
보험은 원보험과 재보험으로 나누기도 합니다. 보험자가 인수한 보험에 관하여 보험금지급의무를 부담하는 위험이 크다고 판단될 경우 그 중 일부를 다시 다른 보험자에게 보험을 가입하게 되는데, 이때 최초 보험자가 인수한 보험을 원보험 또는 원수보험이라고 하고, 보험자가 다른 보험자에게 가입한 보험을 재보험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재보험은 원보험을 인수한 보험회사가 보험사고의 발생으로 보험금지급채무를 짐으로써 발생한 손해를 전보해주는 보험이므로, 책임보험인 동시에 손해보험에 속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보험은 이렇게 분류 기준이 무엇이냐에 따라서 다양하게 분류하고 있지만 보험의 분류방법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분류하는 기준에 따라서 여기에 붙이기도 하고 저기에 붙이기도 합니다. 이 세상 모든 보험은 알고 보면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지는데 정액(定額)보험과 부정액(不定額)보험이 바로 그것입니다. 정액보험이란 보험계약 체결 당시 계약 당사자가 보험사고시 지급될 보험금의 금액을 미리 약속하는 보험을 말합니다. 생명보험은 거의 다 정액보험입니다. 정액보험은 사망시 사망보험금 1억원 지급, 암 진단 확정시 암 진단자금 5,000만원 지급, 입원 시 입원비 일당 3일 초과 1일당 3만원 지급 등과 같이 계약체결시 미리 보험금의 액(額)을 정(定)한 보험입니다.
부정액보험은 반대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보험사고시 지급되는 보험금이 계약을 체결할 때 당사자가 약정한 금액이 아니고 보험사고 발생으로 인하여 손해 본 만큼만 보상하는 것이며 손해보험은 대부분 부정액보험입니다.
요즘은 정액보험과 부정액보험을 혼합한 보험도 많이 개발되어 판매되고 있습니다. 제3보험이라 불리는 상해보험, 질병보험, 간병보험도 보면 사망보험금이나 장해보험금은 정액보험 형태이고, 의료실비(입원의료비, 통원의료비)보상금은 실제 피보험자가 병원에 지불한 진료비를 지급해주는 부정액보험의 형태입니다. 손해보험인 운전자보험도 정액보험과 부정액보험을 혼합한 형태의 보험입니다.
생명보험은 정액보험이므로 보험계약을 체결할 때 보험금액을 정하게 되는데 무조건 금액을 크게 설정한다고 해서 좋은 것은 아닙니다. 보험계약자가 불입해야 할 보험료는 보험금액에 비례하여 증가되므로 나의 경제적 능력에 맞게 적정한 금액으로 설정해야 합니다.
사람 생명의 가치는 돈으로 평가할 수가 없습니다. 그 이유는 사람은 각자 나이, 사회적인 지위, 소득, 재산의 정도 등에 따라 자신의 금전적 가치를 평가하고 있어 극히 주관적이기 때문입니다. 사람의 생명은 보험가액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야기입니다.
보험가액이란 손해보험에 가입되는 물건이나 재화의 현재 가치, 즉 시가를 말합니다. 보통 신규 구입가격에서 경과기간에 따른 감가상각을 제하고 난 후의 가액을 의미합니다. 사람의 생명은 금전으로 평가할 수 없는 것이므로 감가상각을 감안한 보험가액이라는 개념이 존재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생명보험은 한 보험회사 또는 여러 보험회사에 여러 개의 보험을 가입하여도 무방합니다. 피보험자가 사망하면 가입한 다수의 보험계약에서 각각 약정한 사망보험금이 지급됩니다. 중복 지급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손해보험은 보험사고로 인하여 실제로 손해본 만큼만 보상해주는데, 이를 ‘실손보상(實損報償)’이라고 합니다. 손해보험은 손해본 금액 이상의 어떠한 이익도 허락하지 않습니다. 이것이 바로 손해보험의 최대 원칙인 ‘이득금지의 원칙’입니다.
보험계약도 도박이나 복권처럼 사행성이 있기 때문에 도덕적 위험이 필연적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습니다. 실손보상이나 이득금지의 원칙도 이러한 도덕적 위험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보험제도입니다. 따라서 손해보험은 한 보험회사 또는 여러 보험회사에 다수의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 할지라도 보험금이 중복 지급되는 것이 아니고 실제 손해액 한도 내에서 비례보상을 합니다.
비례보상을 알기 쉽게 설명해 보겠습니다. 보험가액 10억원의 건물이 있다고 가정하겠습니다. 건물주가 이 건물에 대하여 A라는 보험회사와 B라는 보험회사에 각각 보험가입금액 10억원짜리 화재보험을 가입하였습니다. 화재가 발생하여 건물 전체가 연소되었습니다. 건물주의 손해액은 10억원입니다. 정액보험인 생명보험처럼 A, B보험회사에서 각각 10억원의 보험금이 지급된다면 건물주는 화재로 인하여 10억원의 손해를 보았는데 20억원의 보험금을 지급받게 되어 10억원의 이익을 보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누구나 여러 개의 화재보험을 가입하고 아무도 몰래 불을 질러 이익을 보고자 할 것입니다. 이처럼 보험이 악용된다면 사회 전반은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다행히도 A, B보험회사는 각각 5억원씩만 지급하여 건물주는 10억원만 보상 받습니다.
이처럼 손해보험은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가 중복보험(여러 개의 보험을 가입하고 그 보험가입금액의 합계가 보험가액, 즉 시가를 초과하는 보험을 말합니다)이나 병존보험(여러 개의 보험을 가입했으나 보험가입금액의 합계가 보험가액을 초과하지 않는 보험을 말합니다)을 가입했다 하더라도 손해발생 시 각 보험회사들은 중복보상이 아닌 비례보상을 합니다.
실손보상 및 비례보상은 화재보험뿐만 아니라 해상보험, 운송보험, 자동차보험, 배상책임보험 등 모든 손해보험에 적용되고 있습니다. 때문에 실손보상이 이루어지는 의료실비(입원의료비, 통원의료비)특약은 여러 건을 가입할 필요가 없습니다. 괜히 보험료만 낭비하는 것입니다.